[인터뷰] 취임 6개월 권준학 농협은행장 "디지털 세상 중심도 고객"

국종환 기자,박기호 기자 2021. 8. 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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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디지털 전문가.."고객 중심 디지털 선도 은행 만들터"
사상 최대 실적 예고.."마이데이터사업 농협이 가장 잘 할 것"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NH농협은행) © 뉴스1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박기호 기자 = "고객을 떼어놓고는 '디지털 전환'(DT)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고객의 접점에서 함께 생각하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낼 때 그것이 바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장(진심)과 체온(온정)을 가지고 여기에 첨단기술을 더해 '고객 중심의 디지털 선도 은행'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한 시간 남짓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권 행장은 금융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의 해법을 '고객 중심의 디지털 선도 은행'에서 찾았다. 농협만이 보유한 차별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한발 앞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경쟁자인 빅테크와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혁신 의지도 드러냈다.

권 행장은 농협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디지털·데이터 전문가다. 입행 후 34년간 농협은행 퇴직연금부장·개인고객부장·경기영업본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 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시계열로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권 행장은 연말부터 시행되는 금융권과 빅테크의 본격적인 대결의 장인 '마이데이터 사업'도 농협이 가장 잘할 것이라며 지켜봐달라고 자신했다.

디지털은 권 행장의 일상에 이미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권 행장의 사무실엔 그 흔한 종이 보고서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태블릿PC 3대와 노트북 1대, 데스크톱PC 1대, 스마트TV 등 디지털 기기가 채워져 있다. 모든 보고와 회의는 전자 기기로 진행한다. 테블릿PC의 내용을 TV에 연동해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현안을 논의한다. 보고서가 쌓였던 자리엔 직원들을 먹일 빵과 간식을 놓았다. 회의는 더욱 생동감 있고 화기애애해졌다. 권 행장은 업무자료를 'NH박스'라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열어본다.

권 행장은 대면 채널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농협은행 특성상 100% 지역주민들의 출자로 세워진 만큼 소외된 지역도 함께 보듬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수익 역시 절대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창립 60주년을 맞는 농협은행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테블릿PC로 공유된 희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 = NH농협은행)© 뉴스1

-취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사안은 무엇이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농협에서 약 34년간 일했다. 6개월이 지나가는 속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빨랐다. 금융 환경의 변화가 지난 30년보다 최근 2~3년이 더 빨랐던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전환(DT)과 수평적인 의사소통 구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등을 위해 특히 노력했다. 직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농협은행의 변화를 스스로 느낀다고 하더라. 코로나로 인해 더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는데,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으니 계획대로 잘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하반기 최우선 경영 화두는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수익사업 다각화, ESG 경영 등도 중요하다고 본다. 디지털 전환은 미래가 달린 생존과제로 고객중심의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 강화, 빅테크 제휴, 디지털 신사업 육성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함께 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구현하려고 한다.

-취임 이후 주력해온 디지털 전환의 방향은. ▶단순히 IT(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은 고객 중심의 사고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첨단 기술과 다양한 데이터를 접목해야 보다 가치 있는 서비스가 구현돼 디지털 전환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DT를 위한 DT가 아니라 고객 중심의 디지털이어야 한다. 단순 현상 분석을 넘어 시계열적으로 분석을 하려고 한다. 데이터를 표준화해 시계열로 분석하면 고객에게 딱 맞는 무궁무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농협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많은 고객 데이터를 보유·활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농협은 금융뿐 아니라 유통 등 종합적인 사업을 하기에 강점이 있다. 농협그룹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다양한 데이터를 가진 회사라고 자부한다. 금융, 경제, 제2금융권 데이터와 중앙회의 데이터를 가진 회사는 (전 세계에) 없을 것이기에 농협은행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말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농협이 가장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켜봐 달라.

-마이데이터 사업 전략은. ▶고객이 제공해주신 소중한 정보가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게 다양한 비즈니스를 발굴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초개인화된 인공지능(AI) 상품 추천 모델을 구축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기대해 달라.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경쟁 상대인 빅테크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이며 추가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은행이 자체적으로 하는 시절은 지났다. 혼자 다 못하는 부분은 당연히 (빅테크·핀테크와) 협업을 해서 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했던 것이 디지털 커스터디(수탁) 사업인데 기회가 생긴다면 그런 것을 더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사업에 제약이 많다. 하반기에 역점을 둬 추진할 주요 해외 사업은 어떤 곳이 있나. ▶오는 2025년까지 12개국에 14개 이상의 국외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다. 북경·뉴델리·호찌민사무소의 지점 전환과 홍콩·시드니지점, 런던사무소의 신규설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6개 점포 진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업 목적과 진출국 특성에 따라 국외점포를 기업금융 특화, 선진금융 허브, 리테일 거점 등 3개 그룹으로 설정해 맞춤형 사업전략을 설정·실행할 예정이다.

-최근 자산관리(WM) 분야 특화점포 확대 계획을 밝혀서 주목받았다. WM 확대를 통한 차별화된 영업 전략과 목표가 궁금하다. ▶감기에 걸렸을 땐 자판기에서 약을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중증 병은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소액 이체나 송금 등은 기계에 맡길 수 있으나, 일정 규모가 넘는 돈은 기계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맡기기 어렵다. 디지털 시대에 시중은행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화점포인 NH All100 종합자산관리센터를 올해 26개소로 늘린 후 2025년에는 100개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빗썸, 코인원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인증 계좌 제휴가 9월이면 계약이 끝나는데 재연장 계획은. ▶자금세탁 위험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평가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대면 채널도 잘 유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100% 지역주민들의 출자로 세워진 만큼, 소외된 지역에도 꿋꿋이 금융의 기능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소위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으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수익이 덜 나도 금융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은 농협은행의 모습은 무엇인가. ▶제가 꿈꾸는 농협은행의 모습은 고객 중심에서 진심을 더하는 은행이다. 심장(진심)만 가진 것이 아니라 체온(온정)까지 느낄 수 있는 은행. 예전에는 심장과 체온만 가지고 정에 부추기면 되기도 했으나, 이젠 여기에 첨단기술까지 갖춰야 한다. 고객을 최중심에 두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는 과정에 여정을 동반할 수 있는 그런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임기 중에 '고객 중심의 디지털 선도 은행'으로의 도약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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