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와 최강자가 또 만났다.. 벼랑 끝 맞대결, 퀵커머스 최종 승자는?
[편집자주][머니S리포트]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과 이커머스 최강자 ‘쿠팡’이 또다시 격돌한다. 배달앱을 기반으로 음식배달에 이어 각종 식품과 생필품을 15분대에 총알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2차전을 예고한 것. 양사의 격돌은 퀵커머스 시장 급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골목상권 침해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퀵커머스가 취급하는 상품이 슈퍼마켓 등 전통적인 소매업종과 비슷해서다. 여기에 대형 유통사도 전국 곳곳에 포진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내세워 퀵커머스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상 ‘동네슈퍼’와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배민과 쿠팡이 불을 지핀 퀵커머스 전쟁이 골목상권 공세로 변질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먹거리 배달 서비스, 패권 전쟁의 서막
배민과 쿠팡은 전혀 다른 산업군에서 시작했다. 쿠팡은 2010년 전자상거래(e커머스) 웹사이트로 출범했다. 배민은 같은 해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으로 선보였다. 출범 초기 각각 업계 1위를 선도했고 두 기업의 접점은 없었다.
하지만 쿠팡이 2019년 ‘쿠팡이츠’를 내놓고 음식 배달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두 회사의 불꽃 튀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당시 배민은 파트너에게 독점 계약을 권유하며 영역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신고했다. 쿠팡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조사를 진행했으며 새롭게 진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고객 확보 치열… ‘한 건 배달’ 선점 경쟁 혈투
음식 배달앱 시장에선 여전히 배민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쿠팡의 맹추격도 돋보인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배달앱 관심도 및 호감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배민(57.92%)의 정보량은 65만7612건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요기요(19.78%)의 정보량은 22만4579건이었다. 쿠팡이츠는 지난 2월에 비해 1.77% 증가한 17.8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정보량은 20만2991건으로 3위였다.
배민은 그동안 식당에는 주문을 중계하고 그 정보가 식당에서 배달대행 업체로 가는 과정을 중계했다. 고객에게 주문을 받으면 그 주문을 음식점에 전달하고 음식점을 배달 대행업체와 연결하는 플랫폼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한 건 배달을 배민보다 먼저 선보이며 배달 시스템 자체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한 건 배달은 배달 1건을 라이더 1명이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그동안엔 배달원 한 명이 1시간에 3~5건을 배달하며 1시간 이상 걸렸던 것에 비해 고객에게 음식이 배달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배민도 6월8일 한 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선보였다. 서울 송파구에서 시작해 강남·서초·용산·성동·종로·동작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오픈서베이의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상품 구매 시 온라인몰 이용 이유로 ‘배송이 빨라서’라는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해 줘서’(10.7%)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그만큼 소비자가 가격이나 품질보다 배송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빠른 배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속도 경쟁은 더욱 가속화됐다.
2019년 배민은 간단한 식료품을 바로 배달하는 ‘B마트’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였다. 1~2인 가구 증가로 다품종 소포장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세종갑)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B마트는 2019년 11월 서울시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후 매월 매출이 증가해 2020년 8월 기준 963.3% 성장했다. 2020년 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이 포함된 상품 매출 부문 실적이 전년 대비 약 328% 증가한 2187억원에 육박했다.
현재 B마트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2개 물류센터에서 식료품·가정간편식(HMR)·생필품 등 약 7000여가지 제품을 자체 매입해 최장 1시간 내로 배달하고 있다. 주문은 수도권 전역에서 가능하며 인기상품군은 요리·안주·반찬, 과일·채소, 생수·음료 등이다. 이에 더해 최근 다양한 카테고리를 추가하며 배민앱 안에서 모든 쇼핑을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 첫 화면을 포장·마트장보기·쇼핑라이브·선물하기·전국별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쿠팡은 배민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쿠팡이츠도 6월부터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퀵커머스 서비스인 ‘쿠팡이츠 마트’를 시범 도입한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일환으로 테스트 중”이라고 소개했다.
쿠팡은 마트 상품을 직매입해 쿠팡이츠 앱으로 판매한다. 쿠팡이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물류센터에서 배달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류센터에서 집 앞까지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했다. 쿠팡이츠 마트는 송파에서 시범 운영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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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은 “퀵커머스 시장의 속도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기업들은 콜드체인설비를 갖추고 도심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웬만한 대형 업체가 아니고서는 순이익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각 기업마다 속도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속도 이외에 고객 니즈 관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소영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물류센터 부연구위원은 “물류산업은 일정한 구역에서 규칙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며 “일정물량 이상이 확보돼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기업의 기본 베이스가 유통기업일수록 유리하다” 고 했다.
한편으로는 플랫폼노동자인 배달 라이더가 증가할수록 플랫폼노동자들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보다 더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디지털 경제로 가속화되면서 우리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배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며 안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장 부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시장은 명확하게 정해진 제도가 없고 비용 효율화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시장이다”며 “기업 차원에서는 단 건 배달 등을 도입해 노동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자들 입장에서는 편리함이 존재하지만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동정책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지금의 배송시스템은 여러 명의 라이더를 확보해 빠른 배송하는 시스템이라 일감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다음 콜(배달)을 더 빨리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안전문제도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단품배달을 하게 되면 건당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상 생업으로 배달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배달 건수는 줄고 동선은 길어지고 일감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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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거대 자본의 골목상권 침해는 비일비재했다. 2000년대 혜성처럼 등장해 동네 슈퍼마켓을 위협했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대표적이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슈퍼마켓은 2010년 9만개에서 지난해 4만개로 10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편의점과 SSM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되는 등 유통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동네 슈퍼마켓의 설 자리가 좁아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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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한영선 기자 youngs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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