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고점' 경고..도대체 '집값' 얼마나 올랐나

전형민 기자 2021. 8.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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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고점]①4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 90.66%↑
전문가들 "수요와 공급 무시한 채 잘못된 진단만"

[편집자주]정부가 기준금리 인상기조와 유동성 과잉을 근거로 집값 고점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각종 지표가 합리적인 집값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세종시 세종자이더시티엔 22만명 이상의 청약수요가 몰렸고,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위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확대했다. 집값 고점 경고에 대한 전문가 진단과 정부의 대안 마련 및 향후 주택시장 뱡향에 대해 살펴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연거푸 '고점'을 경고하고 있지만, 집값은 이를 비웃듯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2개월 사이 5번이나 고점을 언급했는데도 부동산 시장의 '불장'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이쯤 되면 정부가 계속 경고해야 집값이 오른다'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고점' 경고만 2달 새 5번…'경고하면 더 오른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고점' 발언을 처음 한 것은 5월24일이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가격 급등 후 일정 부분 조정 과정을 거친 경험을 고려해 (매수를) 진중히 결정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이후로도 6월3일과 30일, 7월21일과 28일 회의와 담화 등에서 '고점'을 말했다.

하지만 총 5번의 '고점' 발언을 이어간 2달 새 집값은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동향'에 따르면 5월24일 수도권 매매값 변동률은 0.26%였지만,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달 26일은 0.36%로 5월 이후 오히려 변동률이 꾸준히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평균매매가격(종합주택유형)을 살펴보면,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2억4995만9000원이었던 평균 매매가는 정부 출범 후 단 한 차례 2019년 1월(3억727만9000원)부터 7월(3억498만원)까지 반년 간 조정을 거친 것을 제외하면 지난 6월(3억6119만2000원)까지 끊임없이 상승했다.

특히 대상을 '서울 아파트'로 한정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2017년 5월 서울에서 실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당 786만9000원이었다. 올해 5월에는 ㎡당 평균 1339만5000원에 거래돼 4년간 평균 70.22%가 상승했다.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더라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2017년 5월 6억708만원에서 7월 11억5751만원으로 5억5043만원이 상승했다. 정부 출범 후 4년여 동안 90.66%가 오른 셈이다.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신웅수 기자

◇'수요와 공급' 시장원리 무시한 채 잘못된 진단만

집값 폭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달 28일 홍 부총리 등이 밝힌 담화에서 그 원인을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불법거래로 꼽았다. 홍 부총리는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사료된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이내로 관리하겠다"며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시장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오랜 기간 상승했다'면서 정부가 제기하는 '고점론' 자체에는 동의했다.

다만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달리 '수요와 공급의 실패'를 꼽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려고 공급량을 줄이고 규제를 늘리는가 하면,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잘못 진단하면서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버슈팅 상황이라는 시장 평가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향후 가시적인 공급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시장에 고점에 대한 고민이 생긴 것은 사실이고 조정장이 도래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현재로서는 조정장에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고점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고점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바로 빠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판단했다.

심 교수는 "일단 정부가 4년 내내 지속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부터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Δ투기수요 Δ기대심리 Δ불법거래 등 때문에 집값이 흔들린다는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어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르는 것 외에는 현재의 시장을 안정시킬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했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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