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 개인기, 개인기, 결국 개인기가 답이다.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1. 7. 3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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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이동경이 31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멕시코전에서 3-6으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자 멕시코 루이스 로모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도쿄올림픽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멕시코와 8강전에서 3-6으로 완패했다. 소나기골을 내준 수비, ‘3골밖에’ 넣지 못한 득점에 책임을 묻는 건 지엽적이다. 우리는 작고 빠른 테크니션들에게 농락당했다. 이동경, 이동준, 이강인을 섞어 놓은 듯한 뛰어난 기술자로 구성된 멕시코를 조직력으로 막는 건은 너무 버거웠다.

한국축구가 세계 정상 축구에 밀리는 것은 전술 능력, 스피드, 체력, …이 아니다. 개인기다. 한국축구가 세계 대회에서 예선은 통과해도 토너먼트에서 좌절한 것도 개인기 부족 때문이다. 부족한 개인기를 투지로, 조직력으로 맞서는 건은 한계가 뚜렷하다. 우리는 그걸 수없이 절감했다.

개인기는 기술과 감각으로 구성된다. 슈팅과 패스가 기술이라면 시야와 센스는 감각이다. 기술이 완성돼야 감각이 생긴다. 기술이 불안하면 주위를 살필 여유도, 예상하지 못한 창조적 플레이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멕시코에 시종일관 개인기에서 밀렸다. 멕시코는 재간둥이였다. 드리블이 좋았고 몸놀림도 유연했다. 슈팅, 패스 등 기본 기술도 일품이었다.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볼을 여유롭게 다루면서 시야를 넓혔고 절묘한 센스도 부렸다. 많은 선수들의 움직임과 위치를 보고 빈공간으로 찔러주는 논스톱 패스, 볼을 서로 주고받는 유려한 패스워크, 2~3명 압박을 뚫는 센스있는 패스를 보면 탄성이 나온다. 개인기는 수비에서도 중요하다. 파울을 범하지 않으면서 우리 선수들의 볼을 빼앗는 멕시코 수비와 태클도 아주 좋았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과 싸우면 무척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공격에서는 볼을 오래, 안정적으로 소유하지 못하고 자꾸 부정확한 패스를 하게 된다. 시야, 센스가 부족하면 패스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패스 길이 상대에게 번번이 막힌다. 수비도 너무 어렵다. 볼을 빼앗거나 슈팅을 막기 위해 전진하다가 뚫리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그래서 계속 물러설 수밖에 없고 결국 잦은 슈팅을 허용하면서 위기를 맞고 실점도 많이 한다. 이런 장면이 멕시코전 내내 반복됐다. 한국이 조직력, 투지, 체격으로 맞서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자는 한국축구가 세계 벽에 막힐 때 개인기를 키워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지금같이 학원 축구가 조직을 강조하면서 지지 않은 축구를 하려고 한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투지가 강하고 체격이 큰 선수만 선호한다면, 지금처럼 우리가 많은 골을 넣기보다는 한 골 차로 이기는 경기를 추구한다면, 한국축구 미래는 어둡다.

축구는 구기 종목 중 가장 민주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키가 크다고, 덩치가 좋다고 매번 이길 수는 없다. 반대로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해도 장신 군단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다. 체격이 승부에 대해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 농구, 배구와 다르다. 독일축구는 체력도 좋지만 기술도 뛰어나다.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체구는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뛰어난 기술로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는 인구가 적은 소국이지만 뛰어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으로 최고 선수들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축구 현실은 어떤가. 체격은 중간 이상이 됐고 체력도 크게 밀린다고 할 수 없다. 스피드와 투지, 적응력은 오히려 좋은 편이다. 부족한 건 딱 하나, 개인기다. 개인기 없이 스피드와 투지를 앞세우면 플레이는 투박하고 거칠 수밖에 없다.

한국축구대표팀 코치 시절 핌 베어벡은 과거 한국축구를 이렇게 정의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산한 축구다.”

뛰어난 선수, 뛰어난 팀은 플레이를 쉽고 깔끔하게 한다. 브라질, 스페인, 독일축구대표팀, 미국프로농구팀이 그렇고 리오넬 메시, 마이클 조던이 그렇다. 이들이 보여주는 플레이는 간결하고 깔끔하며 무리하고 불필요한 동작들이 거의 없다.

한국축구가 도쿄올림픽 4강 진출에 실패한 걸 손흥민 부재, 전술 착오 등으로 보는 것은 지엽적이며 일시적이다. 여기에 매몰돼 ‘불편한 진실’인 개인기 부족을 논하지 않는다면 한국축구는 비슷한 좌절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축구 정체성은 무엇일까. 한국축구가 추구할 축구는 어떤 것일까. 한국축구가 세계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 키워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원점에서, 그리고 냉정하게 우리 축구의 장단점과 한계를 해부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등 한국축구 최고 리더십을 가진 조직이 혁신적인 결단을 내리고 많은 학원·클럽팀, 실업·프로팀이 이를 기꺼이 따라야 할 때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축구 미래는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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