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느낌인데 노르웨이 땅이라고?..북극 '바렌츠부르크' [랜선 사진기행]

송경은 2021. 7. 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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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광산 정착지 바렌츠부르크의 항구 전경.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59]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 소형 보트를 타고 그룬피오르(빙하 침식과 이동으로 형성된 협곡) 해안의 작은 도시 바렌츠부르크에 도착했다.

항구에서 마을로 향하는 나무 계단길을 따라 10여 분 올라갔더니 아담한 마을 광장이 나왔다. 광장 전망대에선 빙하로 둘러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탄광에서 나온 거뭇거뭇한 흙과 낡은 건물들은 이곳의 긴 역사를 가늠케 했다.

롱위에아르뷔엔에 이어 스발바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정착지인 바렌츠부르크는 여러 문화가 섞인 독특한 도시다. 바렌츠부르크라는 이름은 1596년 스발바르를 발견한 네덜란드 탐험가 윌렘 바렌츠의 이름에서 따왔다.

바렌츠부르크의 마을 풍경. 드문드문 구소련 시대의 건물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이 뒤섞여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사진=송경은 기자
북유럽풍의 다른 스발바르 지역과 달리 바렌츠부르크는 러시아 분위기에 더 가까웠다. 오랜 기간 러시아에서 광산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440여 명은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의 광산 노동자들이다.

1920년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서명국의 시민들은 천연자원을 이용할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됐는데 스발바르에 채굴권을 유지해온 나라는 노르웨이와 러시아뿐이다. 현재 바렌츠부르크의 광산은 러시아 국영회사인 트러스트 아르크티쿠골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바렌츠부르크에서는 노르웨이 전화번호와 '9178'이라는 노르웨이 우편번호를 쓰지만 사실상 이곳에 영사관을 두고 있는 러시아 정부가 이곳을 대표하고 있다.

바렌츠부르크의 썰매 우체통. 겨울에 북극 전체가 눈으로 뒤덮이면 썰매를 이용해 우편물을 옮긴다. /사진=송경은 기자
마을에는 석탄화력발전소와 병원, 러시아 과학연구센터, 러시아 영사관, 호텔, 스포츠문화센터, 작은 러시아 정교회 예배당, 학교와 유치원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바렌츠부르크의 러시아 영사관은 세계 최북단 외교사절단이다.

바렌츠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집중 포화를 받아 많은 곳이 파괴됐다. 재건 당시 새로 지은 건물들이 많지만 어딘가 음산하고 허름한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바렌츠부르크에는 구소련 시대 건축물과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어 북극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꼽히고 있다. 도시의 독특한 역사와 함께 광산, 러시아 전통 음식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바렌츠부르크의 러시아 정교회(왼쪽). 오른쪽은 예배당 내부 모습이다. /사진=송경은 기자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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