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6만전자?', '10만전자 질주?'.. 삼성전자, 최대 실적에도 주가 하향세 왜 못 막나
증권사들 잇달아 목표주가 하향 조정
'10만전자' 기대감이 '6만전자' 걱정으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반영된 결과" vs
"수요 부족 우려 너무 과해..반등할 것"
◆ 반도체 호황 타고 역대급 실적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을 거뒀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2분기에 비해 매출은 20.21%(53조원), 영업이익은 54.26%(8조1500억원) 각각 증가한 수치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이 60조원을 넘으면서 역대 최대 상반기 매출(약 128조원)을 기록했다.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최대 실적을 기록한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00원(0.25%) 내린 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0일에도 종가 7만8500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29일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91억3330만원으로 당일 거래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공매도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올해 초 9만원 중반까지 치솟으며 ‘9만전자’, ‘10만전자’로 불리던 삼성전자는 1월을 끝으로 9만원(종가기준)의 벽을 다시 넘지 못했다. 이후 수 개월간 8만원대 초반에서 횡보한 탓에 ‘횡성전자’, ‘횡보전자’로 불리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 15일(8만600원) 이후 10거래일 연속 7만원대에 머물자 온라인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까지 하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다음날 일부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며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종전 10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미래에셋증권도 목표가를 11만3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내렸다. 하이투자증권도 목표가를 9만4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조정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대부분 목표가를 ‘유지’했고, 상향한 곳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수요 둔화, 메모리 설비투자액(Capex) 상향 조정, 반도체 주식 밸류에이션 배수 하락 추세 등 리스크 요인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어 향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주식은 보통 6∼8개월 뒤에 업황을 반영한다”며 “지금 주가에는 이번 4분기를 넘어 내년 상반기 업황이 녹아 있는 건데 메모리 수요 부족 우려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시장의 반응은 차갑지만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하나금융투자는 반도체 대형주 최선호 주를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교체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와의 괴리율이 높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반등(턴어라운드) 가시성이 현재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연초 이후 부진했던 주가는 반도체 부문의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해 더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윤 연구원도 “(시장의) 우려가 지난 6개월 동안 충분히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파운드리 판가 인상이 3분기부터 삼성전자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는 점과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폭이 당초 예상을 상회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저가 매수 접근을 권고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P3(평택 3기)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신규 공장 투자가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생산업체들의 재고가 타이트하고 서버 수요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승 사이클의 방향성은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7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삼성전자를 아시아 반도체 추천주로 선정하며 목표주가 12만6000원을 제시했다. CS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기 호조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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