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6만전자?', '10만전자 질주?'.. 삼성전자, 최대 실적에도 주가 하향세 왜 못 막나

이정한 2021. 7. 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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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하락세
증권사들 잇달아 목표주가 하향 조정
'10만전자' 기대감이 '6만전자' 걱정으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반영된 결과" vs
"수요 부족 우려 너무 과해..반등할 것"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2분기에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주가의 부진한 흐름을 돌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목표주가를 낮추는 증권사가 잇따랐다.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선반영된 것이란 평가다. 다만, 증권업계는 이러한 시장의 우려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 반도체 호황 타고 역대급 실적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을 거뒀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2분기에 비해 매출은 20.21%(53조원), 영업이익은 54.26%(8조1500억원) 각각 증가한 수치다.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이 60조원을 넘으면서 역대 최대 상반기 매출(약 128조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에는 반도체 부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6조9300억원으로,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1분기(3조4000억원)의 2배를 넘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가 지속되며 PC용 반도체 판매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용 서버 수요가 살아나면서 D램 가격도 강세를 나타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2분기부터 강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 ‘10만전자’->‘횡성전자’->‘7만전자’...“설마 6만전자?”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최대 실적을 기록한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00원(0.25%) 내린 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0일에도 종가 7만8500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29일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91억3330만원으로 당일 거래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공매도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올해 초 9만원 중반까지 치솟으며 ‘9만전자’, ‘10만전자’로 불리던 삼성전자는 1월을 끝으로 9만원(종가기준)의 벽을 다시 넘지 못했다. 이후 수 개월간 8만원대 초반에서 횡보한 탓에 ‘횡성전자’, ‘횡보전자’로 불리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 15일(8만600원) 이후 10거래일 연속 7만원대에 머물자 온라인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까지 하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다음날 일부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며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종전 10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미래에셋증권도 목표가를 11만3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내렸다. 하이투자증권도 목표가를 9만4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조정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대부분 목표가를 ‘유지’했고, 상향한 곳은 거의 없었다.

이미 다른 증권사들도 5월부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현대차증권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연합뉴스
◆ “반도체 공급 부족 지속...호황 계속될지 불확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수요 둔화, 메모리 설비투자액(Capex) 상향 조정, 반도체 주식 밸류에이션 배수 하락 추세 등 리스크 요인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어 향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주식은 보통 6∼8개월 뒤에 업황을 반영한다”며 “지금 주가에는 이번 4분기를 넘어 내년 상반기 업황이 녹아 있는 건데 메모리 수요 부족 우려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매 분기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주가가 보합국면을 보이는 건 하반기 D램 가격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비메모리 반도체의 극심한 공급 부족이 스마트폰 등 IT기기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하반기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라며  “IT 기기 생산 차질은 메모리반도체 수요 공백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일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마감된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33포인트(1.24%) 하락한 3,202.32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 “우려 선반영…바닥 찍고 반등만 남았다”

아직 시장의 반응은 차갑지만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하나금융투자는 반도체 대형주 최선호 주를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교체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와의 괴리율이 높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반등(턴어라운드) 가시성이 현재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연초 이후 부진했던 주가는 반도체 부문의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해 더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윤 연구원도 “(시장의) 우려가 지난 6개월 동안 충분히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파운드리 판가 인상이 3분기부터 삼성전자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는 점과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폭이 당초 예상을 상회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저가 매수 접근을 권고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P3(평택 3기)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신규 공장 투자가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생산업체들의 재고가 타이트하고 서버 수요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승 사이클의 방향성은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7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삼성전자를 아시아 반도체 추천주로 선정하며 목표주가 12만6000원을 제시했다. CS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기 호조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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