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반값이네" 옷집 사장님들이 몰려왔다 [이노머니]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15조원 규모의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은 시간이 멈춘 장소다. 소매 시장의 흐름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온라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로 옮겨가는 동안에도 도매 시장은 '사입삼촌', '미송거래' 등 십수년 전의 거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등 온라인 셀러(소매판매자)들은 여전히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관행대로 물건을 주문해야 한다. 수입·유통단계도 복잡하다. 동대문 도매상이 중국 공장에서 수입한 옷이 중간 도매상과 사입업체를 거쳐 온라인 소호 브랜드 같은 소매업체에 전달된다. 원가에서 유통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의류 도·소매 업체간(B2B) 매매 플랫폼 '어이사마켓'을 운영하는 어이사컴퍼니가 업계의 관행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엔 크릿벤처스와 한세예스24파트너스에서 초기단계 투자(프리- A)를 유치했다. 어이사마켓은 중국 도매업체와 국내 소매상들을 직접 연결하는 매매 플랫폼이다.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소매상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이사는 "중국에서 생산된 도매의류를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매상에게는 가격적인 이점이 크다"며 "플랫폼 중개수수료율(10%)을 포함해도 원가 비용을 기존 방식 대비 평균 30~40%, 많게는 60%까지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만6000원에 판매되는 반팔티셔츠의 경우 기존 동대문 도매가는 1만1000원선이지만, 어이사마켓에서는 6000원선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도매업체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한다. 각 도매업체별로 상품 가격, 판매 순위, 배송기간, 주문 취소·지연율까지 확인 가능하다. 김 이사는 "상품 가격 만큼이나 도매업체들의 거래 정보가 중요한데 기존에는 소매상들이 관련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며 "소매상들이 겪는 정보 불균형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도매업체들한테 정보공개를 꾸준히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투자사들은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일반 소비자 대상(B2C)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어 B2B 플랫폼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전문 기업인 한세예스24그룹의 관계사 한세예스24파트너스의 김성훈 본부장은 "국내 보세의류 B2B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어이사마켓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초기 투자를 이끌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강준모 이사는 중국 현지 거래망을 구축·운영한 경험을 투자 이유로 꼽았다. 강 이사는 "중국에서 상품을 직접 들여와서 좋은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업모델이 작동하게 구현하기까지는 어려운 점들이 많다"며 "어이사컴퍼니는 법인 설립 전부터 5~6년간 중국 도매업체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관계를 만들고 운영 경험을 쌓으면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해외 시장으로 확장이 가능한 B2B 플랫폼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은 이유다. 강 이사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이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의 10~20대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며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 한국 소매상들이 전세계에 판매하는 글로벌 유통체계를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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