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점론..8만전자에 산 삼성 사장들도 '물렸다'

심재현 기자 2021. 7. 3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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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업계에 대한 주식시장의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메모리반도체 고점론'의 여파다. 짧게는 올 3분기 실적이 고점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길게 봐도 내년 상반기엔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30일 발표된 7월 메모리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은 시장의 이런 우려를 더 거들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D램 고정거래가격은 PC용 DDR4 8Gb(기가비트) 제품 기준 평균 4.10달러로 지난달보다 7.89% 올랐다. 얼핏 호재로 보이지만 시장은 가격 상승폭이 예상 수준에 그쳤다는 데 더 주목했다.

지난 4월 D램 가격이 26% 이상 올랐던 것과 맞물려 하반기 가격 상승폭 둔화 전망이 확인됐다는 심리가 주가를 내리눌렀다는 분석이다. 이날 장 시작 후 내내 약세를 보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정오 무렵 고정거래가격 보도가 나온 이후 7만8700원에서 7만8500원으로 추가 하락했다.

꺾일대로 꺾인 투자심리는 현직 경영진의 하반기 실적 자신감에도 꿈쩍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담당 부사장이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서버·모바일 (반도체)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 지난 29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 이후에도 이틀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최근 한달새 삼성전자 주가 하락폭은 3%에 달한다. 올 1월11일 장중 기록했던 9만6800원 최고가와 견주면 20% 가까이 빠졌다. 한때 10만전자를 바라보다 6만전자를 걱정할 판이라는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주가가 9만원대일 때 12만원을 웃돌았던 목표주가도 이달 들어 9만원대까지 내려왔다. NH투자증권이 9만5000원, 하이투자증권은 9만2000원을 제시했다.

맥없는 주가에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도 평가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최윤호 사장과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사장이 지난 5월6일 삼성전자 주식 5000주씩을 8만1700원에 매수했다가 물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이끄는 김기남 부회장은 이보다 앞선 4월21일 8만3800원에 1만주를 매수했다.

반도체 고점론은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요처로 꼽히는 PC와 스마트폰 생산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조짐이 포착된 데서 확산했다.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시스템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연초 14억7000만대에 달했던 올해 스마트폰 판매 전망이 최근 13억500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샤오미와 아너는 올해 스마트폰 생산 계획을 기존 계획보다 10~20% 하향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에서도 퀄컴 스냅드래곤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갤럭시S21 FE 모델의 하반기 출시 계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PC 시장에서는 대만의 PC 제조자개발생산(ODM) 업황이 나빠진 게 눈에 띈다. 전세계 노트북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대만 ODM 업체들의 실적은 PC향 메모리의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이들 업체 6곳의 5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전월보다 6.6% 감소했다. 4월에도 지난해 4월보다 매출이 2.7% 감소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매출이 줄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고점론자들이 메모리반도체의 전통적인 수요처인 PC와 스마트폰 시장에만 주목하다 보니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고 반박한다. 프랑스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의 내년 매출이 각각 1220억, 770억달러로 다시 사상 최대치를 찍을 것"이라며 "2026년까지 시장 매출이 연간 15%, 8%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더라도 이전처럼 실적이 급감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앞당겨진 온라인 비대면 시장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장 수요가 최소한 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난 27일 실적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 수요 회복이 내년 IT 산업 시계를 2~3년 앞당겼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인사는 "주가는 반드시 실적과 동행하지는 않기 때문에 쉽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실적만 보면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상황 등 몇몇 변수는 실적 성장폭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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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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