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묘지에 잠든 영웅을 만나다

2021. 7. 31. 09: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지난 화요일, 7월 27일은 3년여 간 이어지던 한국전쟁을 중단시킨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었죠?

◀ 차미연 앵커 ▶

네, 그런데 이날은 참전 유엔군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전쟁 당시 부산에는 이땅에 묻힌 수많은 유엔군 전사자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었는데요.

◀ 차미연 앵커 ▶

세계 유일의 유엔 묘지이기도 합니다.

올해 70년을 맞은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정전협정 체결일이자 유엔군 참전의날이었던 지난 27일 오전 10시.

부산유엔기념공원의 유엔 깃발 아래 있는 묘역 앞에서 헌화와 참배가 이어집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 일동 묵념!"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도, 또 전쟁을 기억하는 이들도 70년 세월 앞에선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허경/6.25 참전 유공자(91세)] "지금 뭐 나이가 많아서 다 돌아가시고 없어요, 연락이 안되고.. 또 있다 해도 오래됐으니까 지금 기억이 다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지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유엔군사령부가 유엔군 전사자들의 안장을 위해, 전투지로부터 비교적 멀고 유해의 본국이송이 용이해 이곳 부산에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유엔기념묘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이자 불가침권이 명시된 성지로서, 22개 참전국 4만여명의 유엔군 전사자중 현재는 11개국 2300여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고, 20년전부턴 유엔기념공원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허강일/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 "이게 처음 생겼을때는 전쟁에서 전사하신 분들을 안장하는 그런 장소였는데, 지금은 이제 거꾸로 전쟁의 참화를 여기서 보면서 평화와 자유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의 90%정도인 최대 전사자가 발생했지만 유해 대부분을 본국으로 이송한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886명이 안장돼 있는 영국.

그 다음으로 462명의 영웅이 잠들어있는 터키.

그리고 380명의 캐나다와 281명의 호주.

참전국별로 마련된 각 묘역엔 기념비와 해당 나라의 국기가 그 영혼들을 위로하고 있었고, 일부는 추후에, 사랑하는 가족과 합장되기도 했습니다.

[최구식/유엔기념공원 문화해설사] "군인 시신은 1m 10cm 깊이로 안장돼 있고 부인들은 화장한 재를 용기에 넣어서 여기에 60cm 깊이로 모셔놓았어요 남편 위에다가. 그런 분들 열 분의 합장묘가 있습니다."

4만여명의 유엔군 전사자 전원의 이름을 빼곡하게 새겨놓은 추모명비와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했다는 추모관.

추모관 옆 기념관에선 전쟁 당시 유엔군사령부가 최초로 사용했다는 유엔기를 볼 수 있고, 공원녹지와 묘역의 경계구간에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의미를 함축시켜 만들었다는 기다란 수로는 안장된 전사자중 최연소였던 17세 호주병사의 성을 딴 이름으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안태영/부산 시민] "저도 어릴때는 여기 많이 놀러다녔고요.. 제가 어릴때는 (여기에) 붕어 말고 개구리나 이런 것 많았거든요."

유엔기념공원 옆 언덕빼기에 7년전 들어선 유엔평화기념관.

전쟁 참전국들의 군복과 무기들, 감사함의 의미로 제작됐던 기념우표와 메달 등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수많은 물품들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그중 커다란 지도 하나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22개 참전국에다 일본 베트남 바티칸처럼 물자를 지원한 나라들까지 더하면 6.25전쟁때 우리나라를 도와준 나라는 공산국가 등을 제외하면 거의 전 세계에 해당된다는걸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손영호/유엔평화기념관 학예연구사] "회색깔중에서 아프리카 제외 그리고 유럽중에서 그 당시에 참전할수 없었던 소련과 관련됐던 나라들 제외, 그리고 중국 이쪽 제외하고 나면 전 세계가 우리나라에 참전을 함께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63개국이 우리나라 6.25전쟁에 참전을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버틸수 있었고 그 버티는 힘으로 우리나라가 6.25전쟁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던 그런 원동력이 됐던 것이 참전국과 참전군인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침 이곳에선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사진전도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얼굴색, 옷차림이 다 제각각인 이제는 아흔살 넘은 노인들이지만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모두의 얼굴 표정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박종왕/유엔평화기념관장] "유엔참전용사 분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 자유수호 평화수호 이러한 가치 또 그것을 지키고자 하던 그분들의 행동 실천 이것들을 알리고 그럼 그런 것들을 보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되지?'하는 것을 알려주는 공간(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임시수도였던 부산.

그곳에 세워지며 긴 세월, 전쟁에 희생됐던 수많은 세계 젊은이들의 혼을 위로했던 그 특별한 공간.

유엔묘지, 유엔기념공원이 이곳에 들어선지 올해로 꼭 70년이 됐습니다. 강산은 7번이나 바뀌었지만 참전용사들의 넋은 아직도 이 자리에서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290360_29114.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