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장애인도 쓰레기 취급당한 이곳..강화 개농장 내부 [개st하우스]
“보통 개농장 민원이 들어오면, 주로 ‘냄새나요’ ‘더러워요’ 이런 내용이 많은데 그 개농장은 특이하게 ‘불쌍한 사람이 있으니 구해달라’는 거예요. 직접 강화도로 찾아가서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지적 장애인 한 명이 벌써 몇 년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꼬박 일을 한다고, 너무 불쌍하니까 꼭 구해달라더군요.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 뒤 경찰,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즉시 개농장을 기습했습니다.”(동물구조119 임영기 대표)
지난 14일, 인천 강화군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수천 평 규모의 불법 개농장이 발견됐습니다. 100여 개의 좁은 철창 안에 구겨져 있던 개는 무려 500여 마리. 35도의 살인 더위 속에도 개농장주는 개들에게 물 한 모금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농장주가 수거해온 음식물쓰레기를 핥다 보양식 재료로 팔려가는 개들의 운명. 모든 광경은 개농장을 급습한 시민단체 동물구조119의 유튜브 라이브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잔혹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동물구조119와 함께 출동한 경찰과 사회복지사들은 개농장에서 10년 넘게 노예처럼 일한 것으로 파악되는 지적 장애인 A씨(50대 추정)를 발견해 긴급 구조했습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까지 쥐어짜는 착취의 현장이 드러난 겁니다.
장애인 A씨는 지난 12년 동안 근처 식당의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한 뒤 이를 끓여 500여 마리의 개에게 급여하는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A씨는 자신이 새벽부터 밤 9시까지 일했으며 술·담배를 제공 받은 것 외에는 한 푼의 임금도 받은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 와중에도 자신보다 농장주를 더 걱정했죠. “농장을 운영하려면 사모님(개농장주)이 이곳저곳 쓸 돈이 많아요. 나는 돈을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A씨가 한 말이었습니다.
동물구조119 임영기 대표는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날짜와 연도 같은 숫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 정황상 지적장애인이 확실하다”고 설명합니다.
장애인 A씨의 생활 환경은 쓰레기장을 떠올리게 할 만큼 불결했습니다. A씨는 개에게 먹이는 음식물쓰레기통 곁에서 끼니를 해결했고, 벌레와 악취가 가득한 숙소에서 잠을 자야 했죠. 임 대표는 “누더기를 입고 더러운 음식을 먹는 그의 몰골은 철창 속 개들과 다를 바 없이 비참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개농장주 B씨는 A씨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합니다. B씨는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 그랬다. 불쌍하게 생각해서 한 번만 봐달라”면서 “돈을 안 준건 아니다. 월 60만원씩 A씨 부인에게 입금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 A씨를 보호시설에 인계한 뒤 사건의 진상을 파악 중입니다. 기관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는 안전한 모처에서 신변 보호 중”이라며 “장애인 학대가 실제 벌어졌는지 개농장주 및 주변 이웃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A씨는 지옥 같은 환경에서 탈출했지만, 안타깝게도 개농장에 갇힌 500마리 가운데 이날 구조된 개는 단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견주가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피해 동물을 구조 혹은 압류할 길이 없거든요. 이번 강화 개농장의 경우도 농장주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힌 개만 구조할 수 있었던 겁니다.
피학대 동물을 학대범과 3일 이상 격리하는 조항은 있지만, 이 또한 학대범이 상해를 입힌 경우에만 해당하며 개농장처럼 사료,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불법개농장을 적발해 놓고도 농장주의 반대에 부딪혀 한 마리도 구조하지 못 하는 일이 많습니다.
철창에 갇힌 개들은 대부분 진돗개, 도사견, 리트리버 등 20㎏으로 대형견인데, 그 틈바구니로 5㎏ 남짓한 바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녀석은 바닥이 뻥 뚫린 철창에 빠지지 않으려고 짧은 다리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죠. 이날 유튜브 라이브를 보던 시청자들은 “저기 뜬장 속, 작은 바둑이만이라도 구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동물구조119 측은 완고한 개농장주를 거듭 설득했고, 결국 5만원의 몸값을 약속한 끝에 바둑이 딱 한 마리만을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조된 바둑이가 검은 알사탕처럼 작고 발랄한 4살 수컷, 캔디랍니다.
어떤 시청자들은 ‘겨우 한 마리만 구조하느냐’는 항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임 대표는 “남은 개들을 인계 받으려고 지금도 개농장주를 달래는 과정”이라면서 “500마리들을 뒤로 하고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던, 그 먹먹한 심정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4살 캔디는 구조 직후 서울 영등포의 동물구조119 입양센터에 입소했어요. 헝클어진 털들을 미용하니 귀여운 바둑이가 됐답니다. 불과 2주 만에 배변 패드를 사용하고, 산책 줄에 적응했으며 앉아·기다려 등 기초 행동도 습득했어요.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사회화에 성공하기까지 보통 수 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캔디의 적응력은 놀라운 수준이지요.
지난 26일 국민일보는 동물구조119 입양센터에서 캔디를 만났습니다. 초면에도 취재기자의 품에 와락 안기는 5㎏의 애교쟁이였어요. 산책을 어찌나 즐기던지, 이날 36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30분 넘게 취재진을 이끌었답니다.
기사 출고를 며칠 앞두고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어요. 캔디에게 입양자가 나타났거든요. 캔디가 개농장에서 발견된 그 날부터 쭉 바라보며 캔디를 응원해온 한 시민이 결국 캔디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강화 개농장 사건의 전말, 그리고 구조된 유일한 바둑이 캔디의 생생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에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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