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비' 뿌리는 나라들..그런데 주변국 날씨가 변한다?
[편집자주] '점(dot)'처럼 작더라도 의미 있는 나라밖 소식에 '돋보기'를 대봅니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무더운 사막 국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에 비가 쏟아지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는 흔히 생각하는 '진짜 비'가 아니라 '인공 비'였다. 이미 많은 나라들은 이상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인공강우' 기술을 키우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50개국 이상.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중동 국가와 농업 중심의 신흥국에서 특히 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다.
반면 UAE 국립기상청이 18일 SNS(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 속 인공강우는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바로 전기를 이용한 것. UAE는 전용 장비를 갖춘 드론을 띄워 구름 속에 전하를 방출해 비를 만들어냈다. 미르텐 암범 영국 레딩대 교수는 지난 3월 BBC 인터뷰서 머리카락과 빗이 정전기로 달라붙는 것처럼 구름에 전기를 투과시키면 구름 속 물 입자들이 합쳐져 비구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영상에선 달리던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멈추는 등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린다. 연평균 강수량이 100mm에 불과한 UAE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1990년대부터 인공강우를 시도해온 UAE는 인공강우 기술 강국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UAE는 지난 몇 년 동안 총 9개의 '강우 강화 프로젝트'(rain enhancement projects)를 시행했다. 사업 규모는 1500만달러(171억8850만원)에 달했다. 이 중 8개 프로젝트에선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전통 방법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전기를 이용한다.
신흥국들도 기상제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뭄 등 기상 이변으로 인해 농업이 중요한 이들 국가의 경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에티오피아 등은 인공강우 기술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왕립인공강우국'이란 인공강우 전문부서를 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내년까지 7개의 강우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태국과 인공강우 관련 전문 지식·기술 상호지원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에티오피아는 인공강우 기술을 농업 생산 능력 향상과 수력 발전에 활용할 계획인데, 지난 4월 인공강우 기술의 실증실험을 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국립기상과학원이 인공강우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청와대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중국과 공동으로 서해에 인공강우를 내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는 그 효과와 부작용을 파악할 만큼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 인공강우의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보니 주변국에 가뭄, 폭우를 부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2018년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는 한동안 폭우가 쏟아진 적 있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가 열렸고, 중국 당국은 이 기간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공강우 기술을 역이용한 '소우탄'(消雨彈)을 대량 발사해 비구름을 없앴다. 닛케이에 따르면 회의 후 칭다오에서는 호우가 이어졌고, 이에 소우탄 발사가 날씨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공강우 등 기상 제어는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번 UAE 인공강우가 화학물질 살포를 하지 않아 환경오염 우려는 줄였지만, 지정학적 충돌의 위험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예상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한 방울의 비도 소중한 중동에서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규모 기상 제어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인도 등 인근 국가의 매체들은 "큰 위협" "국제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2018년에는 이란군 간부가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 중인 이스라엘을 겨냥해 "비구름을 훔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국제적 규칙도 현재로서는 미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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