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3년 만에 전북 데뷔 앞둔 이범영 "2018년부터 내 시간은 멈춰있었다" 

이종현 기자 2021. 7.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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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영(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이종현 기자= 2019시즌 전북현대에 입단한 이범영이 2시즌 반 만에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데뷔전 기회를 잡았다.


이범영은 2008년 부산아이파크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자리 잡은 2013시즌부터 늘 주전으로 뛰었다. 소속 팀이 이비스파후쿠오카, 강원FC로 바뀌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19시즌 전북에 입단한 직후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큰 부상이 입어 1년 내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2020시즌에는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기회는 없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전북 데뷔전을 치렀지만 1경기에서 45분을 뛰는데 그쳤다. 2021시즌 역시 주전 수문장 송범근에게 기회가 집중되면서 FA컵 1경기에 출전이 전부였던 이범영에게 기회가 왔다. 이범영은 2020 도쿄 올림픽에 차출된 송범근을 대신해 ACL 조별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전북의 16강행을 이끌었다. 이범영은 6경기 중 5경기를 선발 출전했는데, 과감한 골키퍼 플레이 스타일은 여전했다. 장기간 경기를 뛰지 않았다고는 믿기지 않은 안정성이었다.


후보 골키퍼가 익숙하지 않았던 이범영은 전북에서의 지난 2년 6개월은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팬들과 지인의 응원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한 살 터울 동생 이범수(강원FC)와는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면서 더 돈독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지난 2년 6개월 뛰지 못한 아쉬움보다도 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는 이범영은 "이제 멈춘 이범영의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고, 전주성에서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어 기대된다"는 말을 할 때는 생기가 돌았다.


이범영(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ACL 조별리그에서 5경기를 뛰었다.
그동안 전북에 입단해서 2년 반 동안 뚜렷한 활약이 없어 팬들에게 죄송했고 스스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이번에 (송)범근이가 올림픽에 출전해 기회가 왔다. 그동안 뒤에서 기다리면서도 한주 동안 준비하던 루틴은 그대로 이어오면서 매일 열심히 훈련했던 게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 주변에서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로 많이 위로해 줬다. 이번 ACL 첫 경기(치앙라이) 나서기 전에는 내심 걱정 설렘 반이었다. 한 경기를 치르니까 그동안 10년 이상 프로에 있으면서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느꼈다. 감각이 빠르게 돌아오더라.


벤치 멤버가 익숙하지 않았을 것 같다.
2008년 프로 데뷔했는데, 그때는 19살이었다. 전반기는 관중석에서 지켜봤는데 그 이후로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 게 거의 생각이 안 날 정도다. 2019년 입단한 이후 큰 부상을  당하고 거의 1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2020년에는 내내 벤치에 있었다. 익숙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공부가 많이 됐다. 범근이도 잘해주고 있었다. 관중석에서 또 그라운드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좋은 시간이었다. 마냥 응원만 하지 않고 '나였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켜봤다.


주전 골키퍼 송범근의 장점의 장점과 스스로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범근이와 나는 스타일이 다르다. 나는 상대의 침투패스가 들어오면 일대일 상황에서도 기다리기보다는 큰 신체 조건을 이용해 과감하게 각도를 줄여 당황하게 한다. 반면 범근이는 안전이 우선인 골키퍼다. 나는 김영광 선수의 스타일이라면, 범근이는 정성룡 선수 스타일이다. 범근이가 하는 플레이는 그 나이 대에 하기 어려운데, 안정된 플레이를 하면서 위기 순간에 선방해 팀을 구해주는 좋은 골키퍼다.


스스로 주전으로 뛰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고민은 해봤나.
오자마자 부상으로 1년을 쉬었다. 이후에는 일단 뛰었다면 내가 뭐가 부족하고 이 팀에 뭐가 안 맞는지 파악을 했을 텐데,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다 보니까 굉장히 답답한 시간이 흘렀다. 


동생 이범수 골키퍼가 주전으로 뛰니 이번에는 형 이범영이 벤치 신세다. 부모님이 섭섭해하실 것  같다.
부모님께서 섭섭해하시는 건 없다. 아이러니하게 동생도 전북에서 5년 몸을 담았는데 고작 3경기 출전했다. 나도 전북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니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동생은 이후에 다른 팀으로 이적해 좋은 활약을 했다. 결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건 증명했다.


동생과 포지션이 같고 비슷한 처지를 겪어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다.
전북에 대해서 나보다 오랜 시간 있어서 팀의 역사와 스타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한테도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전북이란 팀은 경쟁이 치열하고 살아남기 어려운 팀이다. '인내하고 끊임없이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응원을 동생에게 자주 받았다. 이번 ACL에서도 분석 영상을 동생에게 보내주면서 이야기도 하고 조언도 받았다.


서로 경기 피드백을 해준다. 특정 상황에서 외부인은 골키퍼가 실수했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우리끼리 보면 정말 어려운 볼이었다고 판단하는 지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해를 해주기도 한다. 조언과 격려를 하지만 때로는 질타도 해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8월 4일 수원FC와 K리그 경기에서 선발이 예상된다. 경기를 뛴다면 전북 유니폼을 입고 리그 데뷔전이다.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었던 기회인데, 여러 이유로 미뤄졌다. 내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2018년에서 리그 기록이 멈춰 있다. 기록으로도 평가되는 게 선수인데, 내 시간은 2018년부터 멈춰 있었다. 거기에서 기록이 올라가지 않으니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은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리그에서 출전하면 그때부터 이범영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고 생각한다.  


전주성 홈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걸 가장 많이 고대한다. 팬들이 메시지로 언제 출전할 수 있는지 물어봐주시면서 항상 응원해 주신다. 기다려주신 팬들을 위해서 전주성에서 내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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