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먹어야 약?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 뜬다

팽동현 기자 2021. 7.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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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내 건강 '디지털'로 챙긴다②] 부작용 위험 줄여주는 IT 기반 치료제 연구개발 활발

[편집자주]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모든 이에게 있어 가장 큰 자산은 자기 자신이다. 병에 걸리면 그 소중하고도 유한한 삶을 크든 작든 갉아 먹힌다. 이에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건강은 만사의 기반을 이루는 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겐 더욱 와닿는 가치기도 하다. 재택근무·원격학습 등 비대면 방식을 가능케 한 정보기술(IT)은 우리 스스로 돌보는 것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웨어러블 기기로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한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는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개선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관심과 함께 바야흐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했다.

IT의 발전으로 ‘먹지 않는’ 디지털 약에 대한 연구개발도 점차 활발해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오늘날 사람들은 다양한 약을 먹는다. 병마와 아픔에서 해방되기 위해, 때로는 더 건강해지기 위해 약을 찾는다. 복용하는 약 종류가 늘어나다 보니 작게는 소화 불량부터 크게는 면역질환까지 각종 부작용 위험도 수반된다. 이에 먹지 않아도 되는 약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가 그 주인공이다. 단순한 보조기기 수준을 넘어 치료에 활용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한다. 건강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게임과 가상현실(VR)도 의료에 쓰인다.


먹지 마세요, 뇌에 양보하세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전기자극 등을 통해 신경신호를 인위적으로 제어해 면역과 대사 관련 질환을 치료하거나 완화하는 약물 대체 치료법이다. 바이오전자 의료(Bioelectronic medicine)라고도 불린다. 전자기적인 자극을 신체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보며 전기자극치료, 자기장치료, 신경자극치료 등으로 나뉜다.
하드웨어(HW) 형태인 전자약과 달리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 형태의 의료기기로 정의된다. 모바일 앱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면·식이·운동·훈련 등의 규칙적인 수행을 보조함으로써 인지행동의 변화를 유도해 효과를 거두는 치료법이다.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게임 기반 ADHD 디지털 치료제 ‘인데버Rx’. /사진=캡처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는 구분되지만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은 같다. 리포트&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전자약 시장은 2018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해 380억달러(약 44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23.1% 성장해 191억달러(약 2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망한 10대 유망기술로 디지털 치료제는 2010년, 전자약은 2018년에 선정된 바 있다.

다만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 입증이 이뤄진 제품은 아직 많다고 할 수 없다. 디지털 치료제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용 앱 ‘리셋’을 허가한 게 세계 최초다. 이 회사는 불면증 치료제 ‘솜리스트’도 지난해 3월 허가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아킬리인터랙티브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용 ‘인데버Rx’가 게임 기반 치료제 중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을 거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 블루, 전자약으로 해결?


전자약의 경우 자기장으로 뇌세포나 신경을 자극해 정신질환이나 만성질환의 개선을 돕는 기기들이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약처의 전자약 시판 허가를 받은 첫 사례가 등장했다. 네오펙트 자회사인 벤처기업 와이브레인의 ‘마인드 스팀’이 지난 4월 우울증 개선 용도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경두개직류전기자극기 ‘마인드스팀’ 사용 모습. /사진제공=와이브레인
와이브레인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좌뇌와 우뇌의 활성이 불균형을 이룬다. 이에 ‘마인드 스팀’은 전두엽(이마) 양쪽에 부착하는 패치를 통해 미세한 직류전류를 두개골 내로 흘리는 경두개직류전기자극(tDCS)으로 불균형을 해소하고 증상을 개선한다. 주로 병원에 설치된 경두개자기자극(TMS) 기기와 달리 ‘마인드 스팀’은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가 집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진행된 확증 임상시험에서 모든 환자가 6주간 치료 후 57.4%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고 처음부터 끝까지 치료를 완료한 경우 62.8%의 높은 관해율을 보였다.

김성진 와이브레인 사업부문장은 “우울증에 대해 경두개직류자극술의 재택 사용이 승인된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FDA 승인을 올 하반기 신청할 예정”이라며 “와이브레인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적인 전자약부터 일회용 밴드처럼 사용 가능한 가정용 전자약까지 다양한 질환들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실금 치료기 ‘UI큐브’(왼쪽)와 코어 근력 강화기 ‘퍼펙트’. /사진제공=리메드
코스닥 상장사인 리메드도 국내 전자약 분야에서 대표주자로 꼽힌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전자약 용처로 퇴행성 질환에 주목한 이 회사는 만성통증 치료 분야인 신경자기자극(NMS) 제품에서 지난 5월 미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이를 포함해 뇌 재활 분야인 경두개자기자극 제품 및 에스테틱 분야인 코어근력자기자극(CSMS) 제품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자기자극(MS) 기술 기반으로 재활치료 효과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정수 리메드 부본부장은 “대학연구기관과 협업해 ‘로봇제어 기술과의 결합’을 연구하고 ‘브레인 내비게이션’ 기술도 개발 중”이라며 “현재 재택용 치료기기와 혈관성 치매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분야 등 뇌질환 재활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코어 근력 강화 등 건강증진 사업 분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탈 통신’ 한계 돌파, 인터넷·게임업계도 DTx ‘관심’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인 KT도 ‘탈 통신’ 행보를 바이오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래가치추진실에 ‘디지털&바이오헬스 P-TF’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미국 뉴로시그마사와 국내외 사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
김형욱 KT 미래가치추진실장 부사장(왼쪽)과 레온 액치안 뉴로시그마 CEO가 비대면으로 협약을 맺는 모습. /사진제공=KT
이 회사가 개발한 ‘모나크 eTNS’는 전자 패치를 통해 뇌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신경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ADHD를 치료하는 전자약으로는 최초로 미국 FDA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이 기술을 활용해 우울증 및 뇌전증 질환에도 적응증을 확대하고 FDA 승인을 추가로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국내의 경우 상용화를 위한 제품 현지화 및 인허가 작업에 KT가 직접 기여해 사업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KT는 자사 데이터 관리·분석 및 SW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KT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분야 자체 R&D를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환자 대상 임상적 근거도 축적해나갈 계획이다. 임상적 근거와 원천기술을 보유한 유망 업체를 통한 선제적 투자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대형병원과 제약사 등 시장 주요 플레이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관련 규제 완화나 사업모델 확립 등 과제도 풀어나갈 방침이다.

KT 디지털&바이오헬스P-TF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제는 만성질환, 정신질환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에 대해 기존 약물 대비 낮은 부작용과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급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전자약의 경우에도 HW 형태이지만 SW와 결합해 HW 탑재형 디지털 치료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왼쪽)과 탁용성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이 DTx 개발·실증사업 공동추진을 위한 MOU를 맺는 모습. /사진제공=인기협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게임과 VR 등이 활용된다는 점에서 국내 IT·게임업계의 관심도 높아진다. 국내 주요 IT·게임 기업이 모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지난 6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실증사업 공동주관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ADHD 등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발굴에 함께 나선다.

양 기관의 이번 사업에서 핵심은 실증 테스트다. 병원과 협력해 인지나 행동장애 관련 질병에 유효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앱)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까지 수행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단순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료 현장 사용 가능 여부까지 검증하는 사업이다. 올 연말쯤에 사업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양천 인기협 기획실장은 “이제 막 시작되는 대한민국 디지털 치료제 산업에 바탕을 만드는 일을 인기협과 광주진흥원이 함께하는 것”이라며 “향후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과 정부에 그 유효성을 전파하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게임(앱) 기반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지원군이 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걸음마… 지원과 협력 필요


정부도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코로나 이후 시대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 및 관리 플랫폼 기술 개발’ 주관기관으로 한양대학교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김형숙 교수팀을 선정하고 용홍택 제1차관 주재로 연구자 간담회도 가졌다. 같은 달 보건복지부 주관 2021년 연구중심병원육성 R&D 지원사업 신규과제 ‘미래형 환자 중심 K-DEM(디지털·전자약) 스테이션 구축 사업’ 연구중심병원에는 삼성서울병원이 선정됐다.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는 당뇨·치매·혈압·우울증 등 고질병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초기인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남아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지난해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을 시행하고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제도적 정비가 시작된 게 채 1년이 안 됐다. 정책에 대해 거론하긴 이르다”면서도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 이제 막 태동하는 산업에 규제부터 나타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격차(디지털 디바이드)도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전홍진 정신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를 쓸 환자 중 노령층 비중이 높기에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환자들의 필요와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개발진이 계속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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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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