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이 2021년을 기다린 까닭은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1.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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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모기업, 1조 원 들여 사마리텐 백화점 개보수
151년 전통 지닌 백화점..16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
퐁 뇌프와 근접한 사마리텐 ©WeAreContents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요즘 파리에선 16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한 백화점이 가장 '핫'한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루이비통 모네 헤네시 그룹이 1조원가량 투입해 리모델링(개보수)를 거친 151년 전통을 자랑하는 사마리텐 백화점이 최근 문을 연 것이다.

프랑스관광청은 머지않아, 파리를 찾을 한국인 여행객을 위해 장안의 화제가 된 사마리텐 백화점의 A to Z를 살펴봤다.

프랑스 정부가 역사 기념물(Monuments Historiques)로 지정해 보호하는 기존의 아르누보 & 아르데코 건물에 현대적인 새로움을 덧대어 재탄생한 사마리텐은 단순한 백화점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파리를 대표하는 '럭셔리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재개장 행사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직접 참석해 축하할 만큼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1870년경의 사마리텐 ©Samaritaine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Samaritaine

◇ 사마리텐 역사의 시작

사마리텐의 역사는 187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창시자 에르네스트 코냑(Ernest Cognacq)은 퐁 뇌프 거리에 차린 단출한 상점으로 사마리텐 영업을 시작했다.

이곳의 지리적 이점을 금세 알아차린 에르네스트는 점차 가게를 확장했고, 1910년에는 건축가 프린츠 주르댕(Frantz Jourdain)의 손을 거친 아르누보 건축물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드문 철제 골조를 활용해 내부 공간을 확장하고 채광률을 높인 획기적인 행보였다. 1928년에는 앙리 소바주(Henri Sauvage)가 고안한 아르데코 건축물을 더해 규모를 확장했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사마르'(Samar)라는 애칭과 함께 오랜 세월 파리지앵들의 핫플레이스로 사랑받았다.

유리 파사드가 인상적인 사마리텐 리볼리 건물 ©Takashi Homma

◇ 7년간 대규모 개보수 후 탄생한 보석

안전상의 문제로 2005년 문을 닫아야 했던 사마리텐은 새로운 건물주가 된 LVMH 그룹의 지휘하에 2015년부터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퐁 뇌프(Pont-neuf) 건물로 불리는 기존 아르누보 및 아르데코 건축물의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화려한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 리볼리(Rivoli)가 등장했다.

특히 이번 리모델링을 계기로 아르누보 파사드와 함께 아르누보의 명작으로 꼽히는 공작새 프레스코 회화가 과거의 색상과 화려함으로 완벽히 복구돼 화제가 됐다.

리볼리 건물 신축은 랑스(Lens)의 루브르 박물관 본관을 고안한 건축가 그룹 사나(SANAA)가 도맡아 사마리텐의 현대적이고 유동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감성을 구현해 냈다.

정교하게 제작된 외부 유리 파사드는 불규칙한 물결 형태를 띠며 단순미와 역동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파사드에는 2.70m x 3.50m 크기에 무게가 각각 600~1,250kg에 달하는 실크 프린트 유리 패널 343개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내부에는 2만㎡의 공간을 할애한 백화점을 비롯해 럭셔리 호텔 슈발 블랑(Cheval Blanc), 사무실, 공동 주택, 어린이집 등이 들어선다.

아르누보의 명작, 공작새 프레스코 회화 ©Samaritaine

◇ 사마리텐이 선보일 독보적인 브랜드는?

LVMH의 백화점은 어떤 브랜드들을 선보일까? 사마리텐은 '믹스 앤드 매치'(섞어서 조화를 이루는) 패션을 표방하며 600개 이상의 다채로운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루이비통, 샤넬 등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이며 프랑스 현지 브랜드, 개성 넘치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세심한 구성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고급 시계 브랜드 브레게(Breguet)를 비롯한 50여개의 브랜드는 오직 사마리텐 백화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점 브랜드다.

사마리텐 지하 공간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3400㎡)를 자랑하는 뷰티 매장이 들어섰다. 지하라고는 하지만 유리 천장과 넓은 채광창으로 자연광을 흠뻑 받는 공간이다.

스튜디오 시규(Ciguë)가 구현한 '퓨어 뷰티' 구역, 인테리어 디자이너 위베르 드 말레르브가 파리지엥 스타일로 꾸민 명품 뷰티 브랜드 구역으로 꾸며졌으며 총 200개의 뷰티 브랜드 매장을 만나볼 수 있다.

루루 부티크(Boutiques de Loulou) 편집숍은 MZ세대를 위해 사마리텐이 준비한 야심작이다. 백화점의 고전적인 문법에서 탈피하여 총면적 200㎡의 가장 파리스러운 편집숍 공간을 별도로 구성했다.

이 공간에선 프랑스뿐만 아니라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누리는 트렌디한 패션, 하이테크, 디자인, 문구 아이템을 선정해 다양한 가격대의 1500개가 넘는 상품을 선보인다. 사마리텐만의 특별 기념품 60종도 루루 부티크에서 만나볼 수 있다.

◇ 12개의 다이닝 매장

사마리텐 백화점은 먹거리를 사랑하는 이들에도 천국 같다. 아침 7시부터 백화점에서 갓구운 빵을 선보이는 베이커리부터 파리 지붕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맛집', 새벽까지 최고급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까지, 총 12곳의 다양한 다이닝 매장을 엄선해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메종 플리송(Maison Plisson), 라 브륄르리 데 고블랑(La Brûlerie des Gobelins), 에르네스트(Ernest), 달로와요(Dalloyau), 보가토(Bogato) 등이 입점했다. 각 매장은 미슐랭 스타 셰프, 파티시에 등이 함께 고심한 독점적인 콘셉트로 구상했다.

1000㎡의 거대한 미식 공간 보야주(Voyage)에서는 계절마다 바뀌는 레지던스 셰프는 물론이고, 젊은 초청 셰프들과 샴페인 브랜드 크룩(Krug)의 몰입형 테이블을 만나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휴식시간 없이 운영하며, 진화하는 메뉴와 다양한 문화 행사로 온종일 방문객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사마리텐 매장 내부 ©Samaritaine, Matthieu Salvaing

◇ 도시와 함께 숨 쉬는 건물

사마리텐 백화점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탈피하여 도시와 함께 숨 쉬는 건물로 재탄생했다. 대형 유리 천장과 채광창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 채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사마리텐은 환경 보호에도 앞장선다.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며, 건물의 파사드를 두세 겹으로 만들어 단열과 온도 유지 기능을 높이고, 지열 및 얼음 저장 방식을 이용하여 냉방 에너지를 절약한다.

사마리텐은 또한 파리시의 그린 정책에 발맞추어 리볼리 건물의 외부 파티오에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나무들을 심었다. 인위적인 방식이 아닌 빗물을 마시며 성장하게 될 나무들이다.

사마리텐의 모든 건물은 HQE(프랑스 친환경건축물인증), BREEAM(영국 친환경인증), LEED(미국 친환경인증), Qualitel(프랑스 친환경 인증라벨) 등 환경 보호에 관한 국내외 최고급 인증 및 라벨을 획득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지난 6월9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녹색'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에 대해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프랑스 입국을 허용한다. 자가 격리 조치도 제외한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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