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 5등에 밀린 '3등의 비극'..공무원 블라인드 채용 어떻길래

이창명 기자 2021.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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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부실한 면접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합니다."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한 줄 알았던 10대가 불합격 사실을 통보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 측은 지난 28일 '부산광역시교육청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합니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합격번복과 평가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채용관계자들은 이번 사례에 해당하는 면접시험 평가기준에 대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응시자의 면접 성적과 선발예정인원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필기시험 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A군은 최근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부산시교육청 임용시험 건축직 9급 공무원에 응시했다. 시험 최종합격 발표일인 지난 26일 A군은 성적열람사이트에서 '합격' 메시지를 확인했다. A군은 합격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렸지만 1시간 뒤엔 '불합격' 통보가 나왔다. 부산시교육청에 문의했지만 행정적 오류라는 답변 외에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상심한 A군은 다음날인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문구 오류였으며, 최종 3명 합격자는 뒤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A군 측은 평가기준에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합격통보 오류의 책임 여부와 평가기준의 공정성 두 가지다. 우선 합격번복의 경우 부산시교육청에 별다른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경우에 적용이 가능한 관련 규정 등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임용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 매우 예외적인 상황으로 관련 매뉴얼에도 이와 같은 상황에 맞는 내용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합격을 가른 평가기준에도 문제가 없다고 공무원 임용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번 채용은 필기시험에서 최종면접에 응시할 5명을 선발하고 이중 최종 3명을 합격시키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와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A군이 필기시험에선 5명 중 3등, 면접에선 '보통'을 받았지만 불합격한 반면 필기시험 성적이 면접자 5명 중 5등인 다른 응시자는 면접에서 '우수'를 받아 합격했다는 것이다. 필기시험이 더 우수한데도 면접으로 최종 결과가 뒤집힌 점이 납득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무원 채용을 담당하는 행안부 측은 공무원 채용절차상 이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임용규정상 최종면접은 3명의 면접관이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5가지 항목을 두고 항목별로 '상·중·하' 점수를 준 뒤 최종 '우수·보통·미흡'으로 평가한다. 면접관 과반수가 5개 항목 모두 '상'으로 평가하면 '우수', 과반수가 5개 항목 중 2개 항목 이상을 '하'로 평가하거나 어느 하나의 동일한 평가요소를 '하'로 평가한 경우 '미흡'이다. '우수'나 '미흡'에 둘 다 해당하지 않을 경우 '보통'이다.

'미흡'은 불합격이다. '우수'는 합격이지만 '우수'를 받은 응시자가 선발 예정인원보다 많으면 필기성적이 높은 순으로 합격한다. 우수 등급을 받은 자가 선발예정인원에 미달하면 '보통' 등급을 받은 응시자 가운데 필기시험 성적이 높은 사람부터 차례로 합격한다. 결국 필기시험 성적이 5등이라도 면접에서 '우수' 점수를 받은 응시자가 합격하고, 필기시험 성적은 3등이지만 면접에서 '보통'을 받은 A군이 불합격하는 상황은 공무원 임용과정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 면접은 기본적으로 제로(0) 베이스 블라인드 시스템"이라며 "필기시험에서 1등 성적을 받더라도 면접에서 '미흡' 평가를 받으면 최종 불합격이며, 반대로 필기시험 성적이 면접자 중 가장 낮아도 면접 점수가 '우수'하면 최종합격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필기시험 성적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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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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