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통신선 5번 끊었던 北..이번엔 정말 한반도 평화 정착될까

손덕호 기자 2021. 7.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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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연락선, 정전협정 68주년에 복원
김정은, 하루 뒤 북중 우의탑 참배
시진핑 방북·중국군 참전 70주년 이어 세 번째
남북관계 개선 신호지만, 北 의도 살펴야 한다는 주장 나와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복원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27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한다고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친서를 수차례 교환하면서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고, 앞으로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박 수석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남북 간에 하루 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과도한 기대감에 선을 긋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18년 9월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장에 입장한 뒤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정부 출범 후 통신선 29개월 유지, 13개월 단절

이번에 복원된 통신연락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8년 1월 제1차 남북고위급회담을 계기로 재개됐던 것이다. 2년 5개월간 남북 간 연락이 유지됐고, 1년 1개월간 끊겼다가 다시 살아난 셈이다.

북한은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가 남북관계 개선 계기를 찾으면 복원하기를 반복했다. 2008년 11월 한국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공동 제안한 것을 계기로 단절됐다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복원됐다. 2010년 5월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한국 정부의 5·24 조치를 계기로 통신선이 단절됐다가 이듬해 1월 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을 제의하면서 복원됐다.

북한은 2013년 3월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및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해 통신선 단절을 발표했고, 같은 해 6월 남북당국실무접촉을 제의하면서 판문점 연락통로 재개를 통보했다. 2016년 2월에는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반발해 단절했고, 이후 문재인 정부출범 후 2018년 1월 소통이 재개됐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오전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2000년 이후 5차례나 통신선이 끊겼다 재개되길 반복한 셈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북한의 통신선 복원에 의심스런 눈길을 보낸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대변인은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유화 제스처에 수차례 속아왔다”며 “불과 몇 달 전 ‘판별 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말더듬이’, ‘태생적인 바보’라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도 칭하던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北 “온 겨레는 북남관계 회복 바란다”면서 주민들에겐 알리지 않아

북한도 한국과 같은 시각에 통신연락선 복원을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7일 ‘보도’ 형식의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수차례 친서를 교환했다면서,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통신은 “지금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남 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8일 "남조선 당국과 탈북자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규탄하는 로동계급과 직맹원들의 항의 군중 집회가 전날(7일) 개성시 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집회에는 주영길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관계 부문 일꾼, 개성시 노동계급·직맹원들이 참가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북한 주민들은 알지 못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6월 9일 북한 주민들이 읽는 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는 발언이 실렸다.

북한은 그 일주일 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또 전국적으로 탈북민과 남측 정부를 비난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개최했다. 그 1년 1개월 뒤 남북 정상이 “관계 개선하자”고 했다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올해도 심각한 식량난 예상…남측 지원 바란다는 관측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합의한 것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그 중 하나는 식량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TBS라디오에 나와 북한 내부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비는 안 오고 폭염만 내리쬐고 있다”고 했다.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니 논에 심어 놓은 벼가 타 들어가고 있고, 옥수수 껍질이 노랗게 타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식량 문제가 아주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면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상대는 결국 남쪽밖에 없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남북통신연락선을 복구했다면서, “중국은 통신연락선이 복원될 것임을 사전에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68주년을 맞아 28일 우의탑에 헌화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태영호 “北 지원 속도 안 내면 中으로 간다는 메시지”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통신연락선 복원이 6·25 전쟁 정전협정 68주년을 맞는 날에 이뤄졌고, 그 다음 날 김정은이 북중 우의탑을 참배했다는 게 그 근거다. 우의탑은 중국군의 참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 모란봉 구역에 세워져 있다.

김정은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우의탑을 직접 참배한 것은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 당시 동행했을 때, 지난해 10월 중국군 참전 70주년 등 이번이 세 번째다. 중국군 참전기념일(10월25일)이 아닌,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참배한 것도 이례적이다.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후, 한국과 미국에 중국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을 향해 남북 대화와 북한 지원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 잘 판단하라는 식의 일종의 대남 압력 메시지”라며 “김정은의 현 행보는 2017년 한반도 정세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가 2018년 전격적으로 평화와 대화 무드로 나올 때를 빼 닮았다”고 했다.

◇남북관계 시험대, 8월 한미연합훈련…정치적 고려할까

오는 8월 한미연합훈련이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9개월 동안의 남북관계를 결정할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줄곧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 왔다. 문 대통령도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게끔 돼 있다”며 “필요하면 남북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시작전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 간에 종합적으로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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