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미국을 살린 한국 천재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520억달러(한화 약 60조원)의 연방 정부 반도체 보조금 계획을 발표했다.
이 보조금 지급대상에 삼성전자 등 해외기업을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미국 야당인 공화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장관은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말로 공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넘겼다.
미 공화당의 주장처럼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주민의 성공 역사'의 DNA를 가진 미국이 자국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우를 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성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나 기업을 유치해 자국에 기여하도록 하는 개방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지금은 고인이 된 강대원 박사와 현재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살고 있는 강기동 박사다.
고 강대원 박사는 현재 모든 반도체 집적회로에 사용하고 있는 핵심소재인 금속 산화물 반도체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 (MOS-FET: 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하단 용어설명 참조)를 AT&T 벨랩에서 이집트 출신 미국 과학자 마틴 모하메드 존 아탈라와 함께 발명한 인물이다.
모스펫의 발명은 1947년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트랜지스터(BJT: Bipolar Junction Transistor)에 버금가는 일이었다.
BJT가 진공관을 트랜지스터로 바꿔 전자산업에 씨앗을 뿌렸다면 모스펫은 그 성장을 촉진시켜 열매가 열리고 꽃이 피게하는 촉매이자 자양분 역할을 했다. 모스펫은 BJT보다 전력소모가 적고 훨씬 쉬운 공정으로 회로를 작게 만들 수 있어 대용량 마이크로칩이나 메모리를 생산하는데 용이하다. 모스펫이 없었다면 대규모 집적회로의 구성체인 '반도체의 시대'는 불가능했다.
모스펫은 CPU를 만든 인텔이나 D램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오늘을 있게 한 뿌리로 정보화시대를 여는 열쇠가 됐고, 현재 거의 모든 반도체 집적 회로의 기본요소가 됐다. 이런 모스펫의 개발이 가능하게 했던 것이 미국의 개방적인 시스템 덕분이다.
강대원 박사는 모스펫 외에도 1967년에는 현재 모든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낸드플래시의 기초 기술인 플로팅 게이트 기반의 비휘발성 반도체 기억장치 (Floating Gate non-volatile semiconductor memory)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약 30년간 미국 벨연구소에서 근무한 강 박사가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모든 칩의 기초를 발명한 것이다.
그 앞서 미국의 첨단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1950년대말 오하이오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장학금 등의 지원을 받아 학업을 계속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오하이오주립대를 지정하고, 대학 내 반도체 인력을 적극 육성했다.
그 영향을 받은 그는 졸업 직후인 1962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모토로라에 입사했고 3년 후 그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벌어졌다. 1965년초 어느 날 모토로라 공장으로 미 국방성 서부지역 보안책임자인 대령이 일급보안 문제의 해결을 요청하며 방문했고, 이 때의 만남이 강 박사의 반도체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소련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전략으로 미국이 새로 준비하고 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Minuteman) II'에 탑재된 반도체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미사일 핵탄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진공관을 넣은 컴퓨터를 탑재한 미니트맨I을 개량해 만든 '미니트맨II'에 탑재한 반도체가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미사일 자체가 수일~십여일간 발사되지 않는 결함이 실험 중 발견된 것이다.
소련이 이 사실을 알고 핵무기로 선제공격할 경우 미국은 앉은 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결함이었고, 이 칩을 처음 만든 모토로라의 강기동 박사에게 해결책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TV에 넣기 위해 자신이 실험실에서 만든 칩이 이 미사일에 자신도 모르게 탑재되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당시 미군당국은 가능한 모든 비용과 재원을 투입해 모토로라 반도체 공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원했고, 강 박사는 10여개월만에 이 문제를 해결해 '미니트맨II'에는 개량된 칩을 탑재했다. 미국의 중대한 안보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 때 소형 방사선 발생기(코발트60 장비)는 물론 원하는 모든 장비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토로라 외부의 미국인들도 있었다.
강기동 박사가 개량된 칩을 개발하기 위해 함께 장비를 연구 개발했던 인물들은 1966년에 프로젝트가 끝내고, 그 기술들을 가지고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로 갔다. 이듬해인 1967년 11월 마이클 맥네일리(Michael A. McNeilly) 등이 모토로라에서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한 벤처기업이 지금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회사가 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다.
강 박사는 이 때 획득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후 한국으로 들어와 1973년 한국 최초의 전공정 반도체 공장인 한국반도체를 설립했다. 한국반도체는 같은해 발생한 제1차 오일쇼크로 인한 장비 가격 상승 등으로 자금난에 봉착했고, 회사는 이후 삼성에 매각된다.
강박사는 이후에도 1976년까지 한국반도체 사장을 역임하고, 한국을 떠났고 그가 떠난 후 삼성에서 MOS 반도체(D램 등)를 연구하던 미국계 인력들도 한국을 떠났다. 이들은 1978년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 그 회사의 이름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다. 시계칩을 만들던 삼성전자가 1984년 D램 메모리 사업을 위해 기술이전을 받은 곳이 이 마이크론이었다.
강대원과 강기동 두 엔지니어들처럼 미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들과 연결돼 오늘의 IT 산업과 미국의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당시 미국의 개방된 시스템이 시너지를 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파운드리 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부지를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와중에 터진 반도체 보조금 이슈는 삼성전자에도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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