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 새 먹거리..대형 건설사 수주참전에 경쟁 격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건설사의 사업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지어진 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이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익성 한계 등을 이유로 리모델링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대형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시장을 새 먹거리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사로, 입찰에 단독 참여한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벽산 아파트는 28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힘입어 전용면적 60㎡(18층)가 11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역대 최고가다. 전용면적 115㎡짜리(8층)은 지난 5월 15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는데, 이 역시 동일면적 역대 최고가였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삼성물산이 맡게 됐다. 공사비는 약 3475억원이다. 1996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기존 규모가 807가구인데,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 아파트 9개동, 887가구 단지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면서 이 아파트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 달 전용면적 84㎡대 7층과 15층이 각각 13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했다.
1996년에 지어진 서울 성동구 응봉동 신동아아파트도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이 아파트 전용 60㎡(8층)짜리가 10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해당면적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2일엔 서울 구로구 신도림우성1차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로 GS건설이 선정된 바 있다.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수평 증축을 통해 현재 169가구 규모에서 25가구 증가한 194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사실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은 리모델링 사업 후발주자다.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 재개발 등 다른 정비사업보다 수익이 적어 지금까지는 중견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도 조직 내 리모델링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재건축 사업에 까다로운 규제가 덧대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으로 우회해 개발에 나서고 싶어하는 욕구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신축 아파트로 거듭나면 재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셈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면 철거하는 재건축보다 규제 문턱이 낮은 편이다. 준공한 지 15년 이상에 안전진단 C등급 이상(수직 증축은 B등급 이상)을 받으면 리모델링을 추진 할 수 있다. 반면 재건축은 지은 지 30년 이상된 단지로,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야 추진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는 약 1129만가구이고, 이중 20년 이상 경과된 곳은 약 461만가구로 추산된다. 이를 감안하면 리모델링 시장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게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영향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가운데 재건축 연한 30년까지 기다리느니, 일찍이 리모델링을 추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새 아파트와의 격차도 좁혀 자산 가치를 높이겠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들이 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으로 다시 날갯짓을 할 시점이 도래했다”면서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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