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맨몸뚱아리로 현대에 온 '목기시대'..김규 '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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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를 그대로 드러낸 항아리.
거기에다 몸에 흐르는 물결, 칠도 안 한 맨몸뚱아리 덕에 나무덩어리는 고대시대 언제쯤 발굴한 토기처럼도 보인다.
'n2'(2020)란 타이틀이 붙은 이번 작품은 '신목기시대'가 테마.
석기시대 이전에 목기시대가 있을 것을 상상했다는데, 실제로 유물로 출토된 듯한 콘셉트가 자연스러울 만큼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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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근원적 재료 나무로 '현대' 꾸려
석기시대 이전의 목기시대를 상상해
'신목기시대'를 테마로 오브제 빚어
유물로 출토된 듯한 자연스런 콘셉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옹이를 그대로 드러낸 항아리. 상처 따윈 개의치 않겠다는 건가. 거기에다 몸에 흐르는 물결, 칠도 안 한 맨몸뚱아리 덕에 나무덩어리는 고대시대 언제쯤 발굴한 토기처럼도 보인다.
작가 김규는 스스로를 ‘여자 목수’라고 하는 모양이다. 굳이 ‘여자’ 목수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남자의 일로만 여겨왔던, 목수를 향한 세상의 통념에 일침을 가하려 했달까, 자극을 주려고 했달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도 될 터. 오로지 국내산 나무만을 고집해 그릇을 만들고 항아리를 빚고 오브제를 표현한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사물의 가치를 탐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서란다.
‘n2’(2020)란 타이틀이 붙은 이번 작품은 ‘신목기시대’가 테마. 석기시대 이전에 목기시대가 있을 것을 상상했다는데, 실제로 유물로 출토된 듯한 콘셉트가 자연스러울 만큼 독특하다. 작가의 평범치 않은 이력도 눈에 띈다. 공대를 나온 뒤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디자인도 해봤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나무가 최종결론이 되더라고 했다.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윤주동·채성필과 여는 기획전 ‘재료의 미학: 흙과 나무’에서 볼 수 있다. 원초적이고 근원적 재료인 흙과 나무로 ‘현대’를 꾸려내는 작가 셋의 작품과 철학을 내놨다. 나무. 34(지름)×38.5(높이)㎝.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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