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국의 이른바 ‘여성계’

선우정 논설위원 2021. 7.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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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원순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줬다는 것이다. ‘김영순 여성연합 대표·남인순 국회의원(여성연합 전 대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정보 유출 사건’이라고 했다.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는 자평이다. 피소 사실을 알게 된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경찰은 이를 이유로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 여성연합이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고 밝혀진 게 작년 12월이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데 7개월이 걸렸다.

[만물상] 한국의 이른바 '여성계'

▶남인순씨는 여전히 여당 국회의원이다. 피소 사실을 유출한 장본인이면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를 했다. 그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는 7개월째 겉돈다. 서울시장 선거 때는 여당 후보 선거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하다가 비판을 받고 중도 하차했다. 대선이 다가오자 이번엔 여당의 유력 후보 선거 캠프에 들어갔다. 지금도 ‘여성계’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하니까 그를 불렀을 것이다. 한국의 이른바 ‘여성계’는 여성을 가해한 사람이 건재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엔 박 시장 유족이 기자를 고소한다고 한다. ‘박 시장이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가해자가 명백하게 밝혀졌고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알려진 상황’이라는 글을 문제 삼았다. 사자(死者)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유족은 사건을 조사해 구체적인 성추행 행위를 밝힌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결정문을 취소하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부당하게 공격하는 사람에 대해 가차 없이 법적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엔 텔레그램 메시지 등 성추행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시장 유족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피해자에게 너무나 심각한 가해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가 우선이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덮으니 사건 책임자들이 활개를 치고, 끝없이 피해자를 모욕하고, 심지어 가해자의 복권(復權)까지 시도한다. 우리나라 ‘여성계’는 이에 대해서도 별 말이 없다.

▶야당 대선 주자 아내를 모욕하는 벽보에 대해서도 ‘여성계’는 마지못해 낸 것 같은 입장을 냈다. 만약 여당 대선 주자 아내였으면 이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야당 주자 아내를 욕보이려고 어느 변호사의 94세 노모를 찾아가 구미에 맞는 말을 끌어내려 한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여성 인권 문제인데 ‘여성계’는 보고만 있다. ‘여성’을 이용해 정치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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