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 키운 일본, 한국보다 금메달 3배 많이 따

이영희.박린 입력 2021. 7. 3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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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보드 등 다양한 종목서 금 17개
개최국 프리미엄 감안해도 놀라워
한, 금 5개 중 4개 양궁서 나와
"런던올림픽 이후 정책적 홀대 탓"

도쿄올림픽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성적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3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일본은 금메달 1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로 종합 2위에 올라 있다. 중국(금 18개)이 앞서고, 3위 미국(금 14개)에 따라 잡힐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놀라운 약진이다.

일본은 주 종목 유도(8개)뿐만 아니라 13세 소녀의 여자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케이트보드, 체조 남자종합, 수영 여자 200m 및 400m 개인혼영, 소프트볼, 탁구 혼성복식 등에서 금메달을 고르게 수확했다. 마이니치신문은 30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관계자도 일본의 이례적인 메달 획득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재일동포 칼럼니스트 신무광씨는 “역대 올림픽에서 일본이 가장 많이 딴 금메달이 16개(1964 도쿄, 2004 아테네)였다. 아직 레슬링, 야구, 가라테 등에서 금메달 유력 종목이 남아 있다. 일본의 목표인 30개 이상의 금메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JOC로부터 포상금 500만엔(5200만원)을 받는다. 한국(연금 일시불 6000만원대)과 비슷하지만, 육상과 골프의 경우 2000만엔을 추가 지급하는 등 최대 2500만엔(2억6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과거 ‘스포츠 선수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1980년대까지 포상금을 주지 않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중국에 크게 밀리자 92년부터 포상금을 지급했다. 일본스포츠청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선수 강화에 쓰인 예산이 올해 103억엔(1075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40% 늘었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S등급으로 분류해 30%의 예산을 더 썼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열리는 올림픽은 ‘개최국 프리미엄’이 너무 크다. 대부분 외국 선수들은 일본 현지 적응 훈련을 제대로 못 했다. 반면 유도와 레슬링을 비롯한 일본 선수들은 아지노모토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NTC)에서 훈련 중이며, 외부 호텔에 머문다. 일본 여름의 살인적인 무더위에도 자국 선수들은 익숙하다. 일본 선수단의 오카다 미쓰기 총감독도 “경기는 평등한 조건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각국 선수들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그래서 ‘불평등 올림픽’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양궁에서 땄다. 한국 태권도는 사상 첫 ‘노골드’에 그쳤다. 태권도 인교돈은 “2년간 국제 대회를 한 번도 못 나갔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격리 기간을 감수하며 뛰었다”고 했다. 유도와 사격 선수들도 똑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일본은 2001년 국립스포츠과학센터를 설립하는 등 엘리트 스포츠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이번 대회엔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부흥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선수들이 공유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책적인 홀대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신무광씨는 “일본 일부 언론에서도 ‘개최국 프리미엄이 역대 어느 나라보다 크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은 영원히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일본 선수들이 고생해 얻은 메달은 똑같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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