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체조여왕' 수니사 리..중국·라오스 소수민족 '몽족 사회의 희망'으로[Tokyo 2020]
[경향신문]
중국과 라오스에 흩어져 사는 소수민족 ‘몽족’인 수니사 리(18·미국)가 미국 여자체조의 신성으로 떠오르면서 리의 성공이 몽족 사회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리는 지난 29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합계 57.433점을 얻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체조의 세계 최강자 시몬 바일스(미국)가 올림픽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기권했고, 리가 그 빈자리를 차지했다.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던 리의 아버지 존은 AP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마나 기쁜지, 금메달이 우리 가족과 전 세계 몽족 사회에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에 대해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금메달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딸이 해냈다”고 말했다.
리 가족은 몽족 난민의 후손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라오스에서 미국을 위해 싸웠던 몽족은 중국, 라오스 등의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태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미국엔 그들이 꿈꾸던 미래가 없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내 몽족의 50%가 저소득층이고 25%는 빈곤에 처해 있다.
이런 배경을 지닌 리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것 자체가 미국 내 몽족 사회에선 대단한 사건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국 역도 대표팀에 몽족 선수가 한 명 있긴 했다. 그러나 몽족이 미국 국가대표로서 올림픽에 나가고, 또 금메달까지 딴 것은 리가 처음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소셜미디어에 리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썼다.
몽족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열성적이다. 교육이 사회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단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리는 어릴 때부터 체조에 재능을 보여 그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리를 지도했던 푸너 코이 코치는 “리는 기술을 배우면 그날로 습득했다. 8~9세 때부터 미국 국가대표 개비 더글러스의 평균대 연기를 그대로 따라 했다”고 떠올렸다.
리의 금메달을 계기로 몽족 사회엔 스포츠도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것으로 보인다.
리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리의 이웃들은 그를 위해 장학금을 모금하고 있다. 그러나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버지 존은 “리는 방학도 없이 열심히 노력했다. 체조하는 동료가 아니면 친구도 별로 없다”며 “(리의 진로는) 리가 집으로 돌아와야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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