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한국 육상 '결선의 문' 25년 만에 활짝 열었다[Tokyo 2020]
[경향신문]
남자 높이뛰기 2m28…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진택 이후 첫 쾌거
랭킹 포인트 극적 획득 ‘도쿄행 막차’…“나 자신을 믿고 과감히 뛰어”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진출하며 25년 동안 한국 육상에 닫혀 있던 올림픽 결선의 문을 열어젖혔다.
우상혁은 30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을 넘어 전체 9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에 출전한 33명 중 13명이 2m28을 넘고 그대로 예선이 종료됐다.
2m30을 넘으려고 준비하던 우상혁은 결선 진출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기쁨을 만끽했다. 우상혁은 “오늘 경기장에 오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김도균 코치님과 훈련한 시간을 믿었고 나 자신을 믿었다. 과감하게 뛰었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2m17, 2m21, 2m25를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넘었다. 2m28 1차 시기에서는 바를 건드렸다. 우상혁은 숨을 고른 뒤 2차 시기에서 2m28을 넘었다. 2016년 리우 대회 당시 2m26에 그쳐 예선에서 탈락했던 우상혁이 드디어 본선 무대에 서게 됐다.
이로써 우상혁은 한국 육상에 이정표 하나를 세웠다. 올림픽 육상 트랙·필드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결선에 진출한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진택(높이뛰기) 이후 25년 만이다. 당시 이진택은 예선에서 2m28을 넘어 결선에 나갔고, 결선에서 2m29를 넘어 8위에 올랐다. 한국 트랙·필드 사상 최고 순위다.
높이뛰기 선수로서 우상혁의 신체 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탓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다. ‘짝발’이다보니 균형감을 찾는 게 큰 숙제였다. 1m88의 신장도 다른 높이뛰기 선수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우상혁은 “발 크기가 다르니까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균형을 잡고 나니 짝발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기준 기록을 충족하거나 랭킹 포인트 32위 내에 들어야 출전권을 얻는데, 우상혁은 올림픽 기준 기록(2m33)을 넘지 못했다. 그는 랭킹 포인트 인정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개인 최고인 2m31을 넘고 랭킹 포인트 31위에 올라 극적으로 도쿄행 티켓을 획득했다.
“올림픽 출전권만 얻으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던 우상혁의 목표는 이진택이 1997년 수립한 한국기록(2m34) 경신과 올림픽 메달 획득이다. 1일 오후 7시10분 시작되는 결선에서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 일리야 이바뉴크(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 등 높이뛰기의 스타 선수들과 메달을 두고 겨룬다.
우상혁은 “김 코치님과 만난 지 2년 정도가 됐다. 그 시간 동안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훈련했다”며 “이제 보여줄 때가 됐다. 함께 훈련한 코치님께도 내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리우 대회 때는 너무 어렸다. 긴장을 많이 했고 후회가 남는 경기를 했다”며 “하루 잘 쉬고, 결선에서 한국기록 경신과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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