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입당한 윤석열, 진짜 시험대 올랐다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 만이다. ‘8월 입당설’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7월 마지막 금요일 오후의 입당’은 전격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 가는 것이 도리”라며 입당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입당 관련 불확실성을 계속 갖고 가는 게 혼선과 누를 끼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중원에 머물며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합류를 미뤄왔다. 그런 윤 전 총장의 전격적 입당은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하고 정체·하락 국면의 지지율을 반전시키려는 포석으로 비친다.
윤 전 총장의 지난 한 달을 ‘성공적 데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는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공정과 상식의 기치를 들었으나, 이후 비전과 정책으로 이를 입증해내지 못했다.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는커녕 잇단 구설로 논란에 휘말렸다. 주52시간제를 비판하며 “(게임업종은)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해마다 3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과로사하는 한국의 노동현실을 외면한 발언이다.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선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대구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을 갈라치는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소추를 두고 “마음속으로 송구하다”고 해 시민을 아연케 했다. 그는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당사자다. 일방적으로 발신하는 메시지 정치는 주권자를 설득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퇴행적 색깔론, 장모의 실형 선고 등까지 겹쳤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피로감이 쌓였고 지지율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윤 전 총장은 대선에 나선 정치인으로서 소속 정당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임기 중 그만둔 검찰총장이 제1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일은 유례가 없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 국민의힘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구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는 독자 행보를 접고 국민의힘에 합류함으로써 보호막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거대정당의 대선 예비후보가 된 만큼, 당 내에서 집중 견제 대상이 되고 당 밖에서도 본격 검증대에 오를 것이다. 우선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투명하고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지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반문재인’ ‘정권교체’ 같은 성긴 화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준비 부족’이라는 평가가 계속 나온다면 그의 대선 가도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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