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방구석 방학'..그래도 가르칠 건 많다

이유진 기자 2021. 7. 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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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아이들은 또 한 번 ‘방구석’ 방학을 맞이했다. 초등 저학년들은 미처 반 친구들의 이름조차 외우지 못한 채 1학기를 마쳤다. 고학년들에게는 비대면 학교 생활이 익숙한 일상이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선생님과의 소통 부족과 집중력 편차는 학습 격차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이번 여름방학, 학년별 맞춤 ‘홈클래스’로 손실된 학습 근육을 되살리기 좋은 시기다.

■‘마스크 끼고 노니까 친구 마음 잘 모르겠어요’…공감 태도 기르는 ‘비언어적 소통’ 늘려 봐요

초등 1·2 ‘사회성’ 기르려면

코로나로 금지와 절제 많은 일상
설거지나 청소 등 집안일 해보며
성취감으로 스트레스 해소시켜야

“마스크 벗지 마세요.” “친구와 이야기하지 마세요.” “화장실 따로따로 가세요.” 칸막이 너머의 친구를 친구라 부르지 못했던 가혹한 1학기가 끝났다. “이러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로 크면 어쩌지?” 부모의 걱정이 피어난다. 방학 동안 우리 아이 ‘사회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영애 숙명여대 교수(놀이치료학 전공)는 “아이 사회성의 기초는 양육자와의 관계로 결정된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방학 기간 동안 양육자와 함께 사회성 ‘기초 공사’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정 내에서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방법 4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감정 공감’이다. 감염병 시대에서 물리적 거리감으로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기르기 어렵게 됐다. 현직 초등교사들은 “마스크로 인해 아이들 사이에서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갈등이 생겨도 상호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동기나 자극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 아이의 마음을 ‘자막 처리’ 해보자.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을 살핀 뒤, ‘이걸 싫어하는구나’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다. 아이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체 활동이다. 어린이의 신체 활동은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발달에도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체 활동에 적극적인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수월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자기 주도성 조절 능력이 커지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발달해 타인과 잘 어울리게 된다. 외부 활동이 어렵다면, 집 안에서 층간소음을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풍선치기, 팔씨름, 발가락씨름 등 실내 놀이를 시도해보자.

세 번째는 가족의 일을 분담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사 ‘안 된다’는 금지와 절제에 노출되고 있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기 몫의 활동량을 늘리는 것은(그것이 집안일일지라도) 그동안 쌓인 욕구와 화를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재택근무와 집안일로 스트레스가 쌓인 양육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설거지나 신발 정리, 방 청소 등은 아이가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워킹 프로세서)을 키우는 데 좋은 작업들이다. 집안일 분담을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행위 자체도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과정이 된다.

네 번째는 규칙적인 생활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도 생활 패턴이 흔들리면 다소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기상 시간, 식사 시간, 취침 시간만이라도 일관성을 가져야 부정적인 정서적 영향을 피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 집중도 따라 학습 격차…장소마다 정해진 활동하도록 ‘공부는 책상에서만’

초등 3·4 ‘집중력’ 키우려면

숙제 시작 전 ‘예상 시간’ 세우고
딴 생각하면 바로 야단 치기보다
스스로 관찰·인지하도록 도와야

3·4학년들은 지난 1년간 원격수업에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집중력까지 튼튼하게 자라난 것은 아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개인별 온라인 수업 집중도에 따라 벌어지는 학습 격차를 우려하고 있다. 집중력을 키워주는 생활습관은 없을까.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은 “집중력은 아이들의 생각과 정서가 어떤 단계로 형성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와 같다”며 “집중력은 머리와 마음이 모두 편안해야 제대로 발휘될 수 있으므로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4가지 생활습관을 제안했다.

첫 번째, ‘시간’을 이용하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활동을 시작하기 전 예상 시간을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숙제를 하거나 학습지를 풀 때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면 그에 맞추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공부 이외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도 갑자기 끼어들어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5분 후에 밥 먹을 거니까 텔레비전은 그때까지만 보자. 5분 후에는 끌 거야” 하고 알려주는 식이다.

두 번째,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에는 ‘모니터링 능력’도 포함된다. 누구나 딴생각을 할 수 있지만,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딴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본래 활동에 돌아온다. 반면 집중력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지적해야 알아차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모니터링 능력이다. 아이가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지적하고 야단치기보다 “지금 집중해서 하고 있지?”라고 환기시키는 대화로 아이가 스스로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세 번째, ‘소음 없는 시간’을 만든다. 어린아이의 청각 자극 민감도는 성인과 다르다. 아이들은 덜 중요한 소리를 무시하고 더 중요한 소리에만 반응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만큼 주변 소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하루에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소음 없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컴퓨터, 휴대폰 등을 다 끄고 조용한 상태에서 차분히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

네 번째,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활동을 하도록 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부는 항상 정해진 장소, 즉 공부방 책상 앞에 앉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양육자가 아이의 공부를 도와줘야 하는 경우 거실에 상을 펴거나 식탁에서 하는 것보다는 양육자가 아이의 책상 옆에 보조의자를 놓고 앉는 것이 좋다. 공부 중인 아이에게 간식을 줘야 하는 상황에도 책상으로 가져다 주기보다는 식탁으로 나와서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책상에서는 공부만 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책상 앞에서 딴생각을 덜하게 된다.

■‘1일 1체크리스트’로 공부 실행 습관 다져야…아이에게 공부 주도권 줘 보세요

초등 5·6 ‘주체성’ 키우려면

아이가 할 일 적을 때 참견 말고
점검 과정서 빠진 것만 짚어줘야
일과 마치고 함께 체크하며 피드백

양육자가 아이의 학교 성적으로 ‘멘붕’을 겪는 첫 시기가 있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를 지나 성적 평가가 이뤄지는 중학교 2학년 때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교 5·6학년생이 학습 주체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초등 집공부의 힘>의 저자 이진혁 교사(경기 구룡초)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시간을 쓸 수 있는 방학은 좋은 공부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습 주체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1일 1체크리스트’를 추천한다.

일단 아이에게 하루 동안 할 일을 적어보도록 한다. 이 교사는 “처음에는 양육자가 옆에서 빠뜨린 것이 없는지 잔소리하고 싶겠지만, 조용히 참고 있다가 체크리스트 점검 과정에서 ‘수학문제집 2페이지 푸는 일이 빠졌네. 그것만 하나 더 적으면 되겠다’와 같이 짚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가 일과를 마칠 때, 체크리스트에 적은 일들을 제대로 했는지 함께 살피면서 ‘잘했다’ ‘고생했다’ 등의 피드백을 준다. 아이는 계획대로 마친 일에 ‘빨간 줄’을 그으면서 성취감을 맛보고 서서히 공부 주도권을 갖게 된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이렇게 ‘주도권’을 넘겨도 될까. 이 교사는 “체크리스트와 평가를 통해 공부의 실행 습관을 다지고, 학년별로 고민해봐야 할 포인트와 공부 내용을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고학년 수학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EBS 만점왕>처럼 동영상 풀이 강의가 있는 문제집으로 방학 동안에 한 학기 정도 앞선 내용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했다. 또한 5학년 2학기에는 단군왕검부터 한국전쟁까지 방대한 한국사를 한 학기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방학 동안 한국사 관련 책으로 배경 지식을 쌓으면 좋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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