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로라도 흥미를 낚겠다면, 책임도 지시라 [정은진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경향신문]
시라 프랭클과 세실리아 강
<추한 진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시라 프랭클과 세실리아 강이 쓴 <추한 진실>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회사들이 전통적인 언론사들과 충돌하는 지점을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특히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시점을 위주로 깊고 자세하게 파고드는 책이다. 과연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들은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다면 누가 감독해야 하는가?
우리는 언론사들이 대중이 꼭 알아야 할 진실을 공정하게 보도해줄 것을 기대한다. 언론사도 기업이니 이익을 내야 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광고를 싣는다. 하지만 광고주의 눈치를 보느라 기사 내용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언론사는 지탄받는다. 잘못된 기사가 실리면 윤리적인 책임을 묻는다.
만약 신문의 내용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진위가 검증되지 않은 블로그 게시글 같은 것으로 채워지고, 광고면과 지면의 구분 없이 독자의 평소 성향을 기준으로 편집된다면 어떨까? 독자 한 명 한 명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독자가 좋아할 것 같은 게시글이나 광고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한다. 이 신문은 공정한 보도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사람들은 이 신문을 더 재밌게, 더 오래 읽게 되지 않을까? 지금 페이스북의 뉴스 피드는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지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알고리즘은 어떤 글에 ‘좋아요’와 ‘공유’를 눌렀는지, 어떤 글에 댓글을 달았는지, 어떤 글을 오래 읽었는지 그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 사용자가 좋아할 것 같은 내용의 글을 우선으로 보여줄 뿐, 내용의 진위나 파급력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자신의 글이, 자신의 광고가 더 많은 클릭을 받을지 고민하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올리는 사용자들마저 생긴다. 2016년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해커들이 이런 시스템을 잘 파악해서 특정 후보에게 더 유리한 게시글과 광고를 많은 투표권자들에게 보냈다. 1억원 정도의 돈을 들여서 약 1억2600만명의 미국인들에게 홍보를 했으니, 대단히 효율적이다. 이 홍보글들에는 불법적 해킹으로 얻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입장은 알고리즘이 모든 글에 공평하게 적용되고, 그러니 플랫폼은 소통의 매개일 뿐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관점이었다. 이 관점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검열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미국 국민들의 정서와도 잘 맞았다. 하지만 올해 1월의 연방의회 의사당 습격을 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불법적인 내용에 대한 검열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어려운 과정은 오히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알고리즘을 어떤 기준으로 수정할 것인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다. 알고리즘이 놓치는 불법적 내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딥러닝과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혁신도, 인터넷을 이용해서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도 모두 매력적이다. 하지만 달콤한 과일을 안심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농약 사용량을 규제하듯, 감독과 책임이 필요하다.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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