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 [책과 삶]

선명수 기자 2021. 7. 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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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트러블과 함께하기
도나 해러웨이 지음·최유미 옮김
마농지 | 408쪽 | 2만3000원

가부장제와 이성애주의, 자본주의, 인간중심주의에 균열을 내온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생물학자인 도나 해러웨이의 2016년 작이다.

기후위기와 감염병의 시대, 지구는 망가지고 인간사회는 복잡다단한 선을 그어 배제와 혐오를 분출한다. 인간도, 비인간도 수많은 ‘트러블’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서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Make Kin Not Babies)”는 슬로건을 제시한다. 인간·기계의 혼종인 사이보그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재형상화한 <사이보그 선언>(1985), 인간과 비인간이 상생하는 반려종 개념을 제시한 <반려종 선언>(2003)을 잇는 해러웨이의 또 하나의 선언인 셈이다.

여기서 ‘친척(kin)’은 혈통과 계보, 생식과 무관한 개념이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확장해 공생하자는 개념이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광범위한 생태 파괴, 즉 ‘트러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트러블과 함께하기는 작지만 현실적인 대응이다. 문제투성이인 세계에서 필요한 것은 종말론적 미래나 기술에 의한 구원을 약속하는 미래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부분적인 회복과 같은 현실적인 가능성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호주의 한 공원에서 비둘기들을 박멸하는 대신 집을 마련해주고 알을 인공 알로 교체하는 것을 ‘트러블과 함께하기’의 작지만 실질적 예로 들었다.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위한 이러한 대응이 비둘기에게는 폭력적일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 인간과 서로를 길들여온 비둘기가 ‘유해 동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당장 실현 가능한 응답이라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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