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만에 테슬라 판 서학개미, 메타버스 올라탔다

홍준기 기자 2021. 7. 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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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이 식은 걸까. 국내 투자자들이 월간 기준으로 7월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순매도(매수액보다 매도액이 더 큰 것)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순매도는 2019년 12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1년 반 동안이나 이어져온 테슬라에 대한 서학 개미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신 서학 개미들의 장바구니에는 구글 등 대형 IT(정보기술) 기업이나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관련 주가 많이 담기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5727만달러어치(약 657억원) 순매도했다. 현지 시각으로 30일 하루 거래가 남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순매도 추세는 뒤집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서학 개미들의 순매수 1위였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순매수 1위 자리를 아마존에 내줬고, 6월에는 순매수 순위가 35위까지 밀렸다.

◇최근 실적도 좋았지만…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순이익 11억4200만달러로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의 10배가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53% 상회하는 수준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 잘 대응해 판매량이 지속 확대된 덕분”이라며 “하반기에도 꾸준한 수요를 기반으로 판매가 인상·판매량 확대와 함께 좋은 실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평균 753달러에 순매수했는데, 지난 29일 종가 기준 테슬라 주가는 677.35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말(705.67달러)이나 올해 1월 기록한 장중 최고가(900.4달러)에 비해선 여전히 주가가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이다. 보유 금액이 87억1838만달러로 2위 애플(40억1305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박연주 연구원은 “테슬라가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력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는 여전히 장기 투자 가치가 있는 종목”이라고 했다.

◇코로나 재확산에 언택트주로 유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구글(1억612만달러), 아마존(9433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8930만달러) 등 대형 IT 기업에 주로 투자했다. 지난 5월에는 코로나 사태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순매수 5위에 오르고,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6위)과 엔터테인먼트 업체 월트디즈니(8위) 등이 순매수 1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감염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코로나가 다시 크게 확산되면서 언택트(비대면) 기술주로 투자자들의 취향이 다시 돌아선 것이다.

메타버스 역시 최근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취향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메타버스 관련 기기들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순매수 4위였고,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가 순매수 5위다. 로블록스는 지난달에도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해외 주식이었다. 권윤구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수익 모델이 창출되고 있어 메타버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매력적인 투자 분야”라며 “페이스북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메타버스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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