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피를 팔아 연간 200억달러 벌어들이게 됐나 [북리뷰]
세계보건기구 등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에선 3초마다 한 번꼴로 수혈이 이뤄진다. 170여 개국 헌혈센터 1만3000여 곳에서 해마다 1억명이 넘는 사람이 헌혈한다. 이 피들은 외상 환자와 암 환자, 만성 질환자, 아이를 낳는 산모에게 간다. 이 덕분에 죽을 뻔한 사람이 살아남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헌혈·수혈 체계가 확립된 데는 두 사람의 공이 크다. 대규모 헌혈, 혈액 저장 및 운송, 수혈 시스템을 마련한 의학자 재닛 마리아 본과 자발적 혈액 기증 체계를 만든 영국 공무원 퍼시 레인 올리버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둔 1939년 4월 초 대량의 혈액 공급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한 재닛은 자신의 블룸스베리 집에 의사와 병리학자들을 모아 '응급수혈단'을 조직한다. 피를 얼마나 어떻게 수혈할지, 저장 용기는 무엇을 쓸지, 혈액은 어떻게 운송할지 등이 여기서 논의됐다. 퍼시가 헌혈 체계를 바꾸기 전까지는 자기 피를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해 마약 투약자와 성생활이 문란한 사람들이 헌혈에 몰려들었고, 피의 품질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자발적 혈액 기증이 맞는다고 판단한 퍼시는 1920년대 초 자원봉사자 몇 명과 전화기 한 대로 시작해 런던수혈봉사단을 조직한다. 이후 한 해에만 100회 넘게 영국 곳곳을 누비며 강연해 헌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혈액의 55%를 차지하며 단백질을 비롯한 지방, 수분, 염분이 녹아 있는 혈장은 아직 거래의 대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78년 모든 혈액의 라벨에 유상·무상을 표기하도록 요구한 이래 유상 혈액은 자취를 감췄지만 유상 혈장은 살아남았다. FDA가 미국인이 한 주에 두 번까지 혈장을 팔 수 있도록 허락했고, 돈이 됐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의약품 개발에 혈장을 이용한다. 피를 파는 개인들은 혈장 헌혈 한 번의 대가로 30~50달러를 받는다. 혈장은 해외로도 나간다. 최대 혈장 수출국인 미국이 혈액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은 연간 약 200억달러에 달한다. 책은 이 과정에서 오염된 혈액으로 인한 C형 간염 바이러스와 HIV 바이러스의 전파를 우려하며 그 피해로 의심되는 각종 사례들을 전한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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