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전주원호 '졌잘싸'가 아닌 '희망'을 보았다 [도쿄올림픽]

조홍민 선임기자 2021. 7. 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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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박지수(왼쪽)가 지난 29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과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30점 차로 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은 물론 피지컬과 상대 전적 등 객관적 전력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는 도쿄올림픽에서 이런 시선을 보란듯이 뒤집으며 새로운 ‘희망’을 쏘아올렸다.

지난 29일 열린 여자농구 조별리그 2차전에서 FIBA 랭킹 4위 캐나다를 맞아 전력의 열세를 실감하며 21점차로 완패했다. 선수 평균 신장이 5㎝ 가량 작은 데다 190㎝ 이상도 한국은 박지수 한 명인데 반해 캐나다는 4명이나 됐다. 조별리그 첫 경기 스페인전 때처럼 초반에 적극적 압박으로 대등한 경기 펼쳤으나 마지막 4쿼터에서 체력과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캐나다보다 랭킹이 한 단계 높은 스페인과의 대결에서는 전반까지 리드를 잡는 등 대등하게 맞섰지만 4쿼터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면서 4점 차로 아깝게 패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한국 여자농구가 아직도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대회였다. 비록 캐나다에 큰 점수 차로 패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경기력을 놓고 보면 서구 선수들에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박지수의 높이나, 강이슬의 3점슛 능력은 거의 세계 수준급이란 점을 증명했다. 2018년 FIBA 월드컵이나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유럽의 강호들과 만났을 때 거의 아무것도 못해보고 끌려다니던 것에서 몇 단계 발전한 모습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1998년생인 박지수 이외에도 진안(96년생)과 윤예빈(97년생), 박지현(2000년생) 등은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다. 올림픽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이들이 더 큰 선수로 성장·발전하는 데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대범 KBSN 해설위원은 30일 전화통화에서 “젊은 선수들이 신장과 체격이 큰 외국선수들을 만났을 때 좀 위축되는 면이 아쉽긴 하지만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보면 된다”며 “19세 이하 대표팀과 함께 한국 여자농구의 밝은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원 감독의 지도력도 이번 대회를 통해 발견한 큰 수확이다. 경기를 풀어가는 구상이나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리더십은 선수들의 선전을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됐다. 손대범 위원은 “전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할 때 경기에서 안된 부분을 나무라기보다는 빨리 해결해야 문제점을 얘기해 주는 장면은 매우 신선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전주원 감독의 능력과 역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여전히 높은 ‘박지수 의존도’를 가능한 줄여야 하는 부분은 과제로 지적된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잦아들고 팬데믹이 종식되면 다양한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손 위원은 “체격이 큰 외국 선수들과 부딪쳐보면서 높이의 한계도 절감해보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면 한국 여자농구는 훨씬 높은 단계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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