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벚꽃 스캔들 재수사 받는다..도쿄검찰심사회 "불기소 부당"
[경향신문]
‘벚꽃을 보는 모임’(벚꽃 모임) 전야제에서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불기소한 도쿄지검의 결정은 부당하다고 일본의 검찰심사기구가 결정했다. 아베 전 총리는 벚꽃모임 사건 관련해 재수사를 받게 된다.
도쿄제1검찰심사회는 벚꽃 모임 관련 비위 의혹을 수사하던 도쿄지검 특수부가 지난해 말 아베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한 결정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30일 밝혔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무작위로 선출된 스무 살 이상 유권자 11명으로 구성된다.
일본에서 ‘벚꽃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은 아베 전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벚꽃 모임은 일본 총리가 해마다 4월에 여는 공식 행사로, 도쿄의 신주쿠공원에서 일본 왕실과 각국 외교관, 정치인, 스포츠스타 등 각계 유명인사를 초청해 벚꽃을 감상하면서 각계 노고를 위로하는 자리다. 정부가 벚꽃 모임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쓴다는 사실이 중의회 행정감사에서 지적되던 차 아베 전 총리가 재직 시절인 2013~2019년 지역구 야마구치현 주민들을 벚꽃 모임에 대거 초정해 향응을 제공해 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아베 전 총리 후원회는 모임 전날 도쿄의 고급 호텔에서 주민들과 함께 전야제를 열었으며, 주민들에게는 음식값 이하의 회비만 받고, 나머지 음식값은 호텔에 보전했다. 2016년부터 4년간 보전한 액수가 3022만엔(약 3억2000만원)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아베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고발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호텔에 보전한 전야제 비용을 누락한 혐의다. 정치자금법에 따른 회계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벚꽃 모임 전야제를 통해 지역구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어긋난 기부라는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회계 처리는 지역구 사무실이 했고, 아베 전 총리는 (정치자금 수지보고서) 미기재를 파악하거나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아베 전 총리를 불기소했다. 후원회장이자 지역구 사무실 회계 책임자인 하야카와 히로유키 비서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엔(약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전야제에 참여한 주민들이 기부를 받았다는 의식이 없다고 판단해 아베 전 총리와 하야카와 비서 모두 불기소했다. 시민단체들이 이 같은 검찰 처분이 부당하다며 심사회에 기소 심의를 신청했다.
심사회는 “일부 참가자의 진술만으로 참가자 전체가 기부를 받은 인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불충분하다”며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지검은 심사회 결정에 따라 아베 전 총리를 다시 수사해 기소 여부를 재차 결정해야 한다. 검찰이 재수사 후에도 불기소 처분을 했는데 심사회가 다시 기소 의견을 내면 강제 기소된다.
올 가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벚꽃 모임 재수사는 일본 정계를 다시 한 번 긴장시킬 전망이다. 아베 전 총리는 벚꽃 모임 사건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수사를 받아 왔다.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국회에서 “아베 전 총리 측 사무소가 전야제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비용 보전도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수사로 거짓인 사실이 밝혀져 국회에서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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