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과학]진화한 운동화 기술, 도쿄올림픽 단거리 판도 바꿀까

조승한 기자 2021. 7. 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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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부터 도쿄올림픽 육상 경기가 시작되는 가운데 단거리 선수들의 신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줄러이 이스트반 기념 육상대회 제공

30일 도쿄올림픽 여자 육상 100m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을 가리는 숨막히는 레이스가 펼쳐진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100m 육상 최고 기록을 가진 우사인 볼트의 왕관을 누가 이어받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운동화 기술이 진화하면서 단거리 육상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트랙과 마찰력을 높이는 징(스터드)이 신발 바닥에 박혀있는 스파이크 운동화는 육상 기록 경신의 최선봉을 달리고 있다. 우사인 볼트는 19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운동화 제조사들이 육상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스파이크 운동화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기능성 운동화를 신지 않는 선수들에겐 점점 불공정한 경기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균일한 발포 기술이 운동 기록 경신 이어져

육상 스포츠 선수들은 운동화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은  2016년 나이키가 발매한 장거리용 운동화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4%’가 실력으로만 경쟁하던 육상 경기의 판세를 바꾼 운동화로 꼽고 있다.

나이키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으로 만든 고탄성 폼을 운동화의 중창(밑창과 깔창 사이 부분) 소재로 썼다. 기존 운동화 중창 소재는 지면을 밟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60%를 되돌려준다. 이 고탄성 폼은 이를 85%까지 늘렸다.

나이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창 중간에는 뻣뻣한 탄소 섬유판을 끼웠다. 탄소섬유판은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무게는 일반 운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동화 무게는 그대로이면서 탄성이 올라간 것이다. 김정수 한국신발피혁연구원 복합탄성소재연구실장은 “발포 소재 내부에 미세한 발포를 균일하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중창이 두꺼워져도 무게는 늘지 않고 있다”며 “선수가 뛸 때 힘을 덜 들일 수 있도록 반발 탄성을 높이는 쪽으로 소재 개발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기술은 현장에서 선수 경기력 향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스테판 버몬 프랑스 니스소피아앙티폴리스대 인체운동성전문스포츠건강연구실 교수 연구팀은 4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스포츠 앤드 액티브 리빙’에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뛴 여성 선수의 마라톤 기록이 2분 10초 단축됐다고 밝혔다.

세계 남자 마라톤 기록 보유자인 엘리우드 킵초게(빨간 상의)가 2019년 오스트리아 마라톤 대회에서 나이키의 운동화 '알파플라이 넥스트%'를 신고 2시간 내로 42.195km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키 제공

남자 마라톤 1인자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마라톤에서 발뒤꿈치에 탄소섬유판 3장을 넣은 특수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1시간 59분 40초 기록을 냈다. 7명의 페이스메이커와 달린 비공인 기록이지만 '2시간 벽'을 처음으로 깼다.

과학자들은 운동화의 탄성이 지면을 차며 달려나갈 때 에너지를 줄여준다고 보고 있다. 우터 후그카머 미국 콜로라도대 통합생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2018년 국제학술지 ‘스포츠 의학’에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운동화를 신은 선수의 호흡과 심박을 분석한 결과 다른 운동화를 신었을 때보다 4% 가량 에너지를 덜 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탄소섬유판이 스프링 대신 발을 받쳐주는 효과를 내면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베노 니그 캐나다 캘거리대 운동학부 교수는 올해 4월 '스포츠 의학'에 탄소섬유판의 앞부분을 밟으면 뒤꿈치가 빠르게 떨어지는 원리로 속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밑창 탄성 끌어올린 슈퍼 스파이크로 진화

나이키의 성공 이후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다른 제조사들도 잇따라 탄성소재와 탄소섬유판을 적용한 운동화를 선보였다. 기술 진화는 이제 트랙용 스파이크로 운동화로 옮겨가고 있다. 스파이크는 과거에는 가벼움을 최고의 가치로 뒀다. 밑창 두께는 5mm에 불과했고 징의 바닥 접지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밑창 두께가 점차 두꺼워지면서 탄력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이키의 최신 스파이크인 에어 줌 빅토리. 나이키 제공

나이키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보다 탄성이 더 향상된 폴리에티르블록아미드(PEBA) 소재를 사용한 '줌X'라는 중창을 운동화에 넣었다. 이 중창을 사용한 '드래곤플라이'를 신은 선수들은 지난해 남자 육상 5000m와 1만 m, 여자 육상 5000m에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국의 육상선수인 모 파라와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은 지난해 9월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1시간 달리기에서 각각 2만 1300m와 1만 8930m를 달려 각각 남여 세계기록을 깼다. 단거리에서는 지난달 자메이카의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가 여자 100m에서 10초 66으로 역대 2위 기록을 달성했다.

○육상연맹 기술에 따른 경기력 향상 방지 방안 마련

세계육상연맹은 스포츠 용품사의 기술 경쟁으로 기록이 잇따라 바뀌자 규제에 나섰다. 연맹은 지난해 7월 도로용 운동화의 밑창 두께를 40mm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은 1장만 넣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나이키는 밑창 두께를 39mm로 맞춘 장거리 운동화 알파 줌 넥스트플라이%를 내놓으며 제한을 빗겨갔다. 연맹은 지난해 12월 트랙 스파이크도 800m 이하 단거리는 밑창 두께를 20mm로 제한하고 800m 이상 중장거리는 25mm로 규제하는 안을 공개했다.

후그카머 교수는 "단거리는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는 장거리와 원리 자체가 달라 정확한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스파이크는 시장이 크지 않아 연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아직은 신발의 효과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남자 100m에서 9초77의 기록을 세워 이번 올림픽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미국의 트레이본 브롬웰은 "뉴발란스가 완벽한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알지만 그 운동화가 내 기록에 엄청난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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