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없었다.. '재회 컨설팅'에 소비자 피해 속출
500만원짜리 상품도 있지만 전문성 부족
환불 불가 규정 등에 소비자 피해 급증
최근 연인과 결별한 30대 직장인 A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재회 컨설팅 업체’를 보게 됐다. 업체는 상호 폭행 끝에 헤어진 연인들조차 자신들만의 컨설팅을 통해 재회에 성공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각종 후기와 재회 방법론을 읽어본 A씨는 업체가 시키는 대로 하면 헤어진 남자친구와 재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상담 비용 10만원을 결제했다.
남자친구에 대한 정보와 이별 과정 등을 전해 들은 업체는 A씨에게 “분석 결과 남자친구와 재회할 확률이 60%”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1시간 가까운 전화 상담 끝에 업체가 추천하는 방식대로 남자친구에게 메시지 등을 보내며 접근했다. 그러나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고, 상처만 남은 결말을 맞이했다.
A씨는 “당시에는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슬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돌이켜 보니 내 이별의 아픔이 돈벌이로 이용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애 전문가라는 상담사가 굉장히 어리고 뭘 모르는 것 같았다”며 “주변에 재회 업체를 고민하는 지인들을 보면 뜯어 말리고 있다”고 했다.

헤어진 연인을 붙잡을 수 있게 해준다며 각종 상담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서 ‘돌싱’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N ‘돌싱글즈’나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JTBC ‘용감한 솔로 육아 - 내가 키운다’ 등이 대표적이다. 재회 컨설팅 업체를 놓고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나 ‘김종욱 찾기’ 속 연애 에이전시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현실은 방송이나 영화와는 달랐다. 재회 컨설팅을 내걸고 운영 중인 다수 업체가 전문성이 떨어져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버티는 업체가 많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30일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서 ‘재회 컨설팅’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여러 업체를 찾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국내 최초로 ‘재회 심리학’ 이론을 정립했다” “상황 별 수백 가지의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다” “진화론 이론에 기반했다” 등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컨설팅은 크게 사례 분석, 각종 상담, 실전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업체는 헤어진 연인의 성격과 정보, 연애 과정, 헤어지게 된 경위 등 사례를 분석해 재회 확률을 알려준다. 이후 각종 비대면·대면 상담을 진행해 헤어진 연인과 재회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면, 내담자가 솔루션에 따라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다.
가격은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500만원에 달한다. 비쌀수록 상담 종류와 서비스를 받는 기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가장 비싼 상품은 “재회에 성공할 때까지 대표 상담사가 무제한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다수 업체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거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재회 상담에 국가공인 전문 자격증이 있을리도 없고, 협회 등이 발급하는 민간 자격증도 없다.
재회에 실패하거나 상담이 만족스럽지 못해 환불을 요청해도 환불을 거부하는 업체도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보면 재회 상담에 300만원을 낸 남성 B씨는 상담 내용이 뻔해 상담 도중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약관을 거론하며 총 금액의 10%인 30만원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재회 컨설팅 업체들은 “실패 시 환불” “불만족 시 환불” 등 문구를 집어넣고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약관과 취소·환불 규정을 살펴보면 “자료 및 프로그램 등 서비스가 제공된 이후에는 환불이 불가하다”고 적시돼 있었다.
관련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 3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관련 재회 컨설팅 관련 피해 사례는 총 46건이다. 2018년 한 해에 26건이 접수됐으나 2019년 1분기에만 20건이 접수된 것이다. 피해금액은 100만원 미만이 46%였고, 200만원 이상도 절반이 넘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상담을 하는데 그게 정말 전문적인 상담인 것인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별히 자격증이 있거나 그러면 (문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아니어서 환불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보급형 스마트폰마저”… 삼성전자, 인도서 갤럭시A·F시리즈 가격 인상
- “와이파이 끊기고 볼륨 조절 오류”… 애플, iOS 업데이트에 사용자 ‘원성’
- 삼성전기,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 계획… AI 반도체 기판 생산 능력 강화
- “전쟁 상황도 몰라”...7주째 인터넷 차단에 이란 국민 분노 절정
- “무제한 AI 시대 끝난다”… ‘월 20달러 모델’ 붕괴 조짐
- “한밤 살목지에 차량 100대 몰려”… 영화 촬영지 ‘성지순례’ 열풍
- [증시한담] “3000만원 벌려다 패가망신”... 개미 시세조종, 금감원은 다 보고 있다
- “SSD가 차 한 대 값”… 기업용 30TB 제품 가격 1년 새 5배 급등
- “전세난에 10억 이하 매매로 선회”… 아파트 거래 상위 10곳 중 5곳 ‘노원’
- [Why] 신세계의 울산 복합쇼핑몰 조성 계획이 13년째 답보 상태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