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참된 오이와 물 박

기자 2021. 7. 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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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면 원두막이 떠오르고 원두막 하면 참외와 수박이 떠오른다.

참외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오이이고, 수박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흥부가 타던 박이다.

오이와 박이 과일이어야 참외와 수박도 과일이 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오이, 참외, 수박 모두 박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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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면 원두막이 떠오르고 원두막 하면 참외와 수박이 떠오른다. 그렇다. 참외와 수박은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그런데 참외와 수박이 과일? 아니다. 식물에 대해 조금 안다면, 그것을 부르는 말을 곰곰이 되새겨볼 여유가 있다면 의심을 품어 볼 만하다. 참외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오이이고, 수박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흥부가 타던 박이다. 오이와 박이 과일이어야 참외와 수박도 과일이 될 수 있다.

참외는 ‘참’과 ‘외’가 합쳐진 말이다. 참은 진짜를 뜻하고 외는 오이를 뜻한다. 그러니 참외는 오이 중의 진짜 오이란 말이다. 동식물의 이름에서 참이 반드시 진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어서 토종, 좋은 것, 멋진 것 등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 참외는 오이 중에서 특별히 색과 맛이 좋은 것을 가려내어 개량한 것을 말한다. 참외의 뜻을 살리기 위해 오이를 ‘물외’라고도 하니 참외와 물외는 짝이 잘 맞는다.

수박은 한자 ‘수(水)’와 ‘박’이 합쳐진 말이다. 말 그대로 박은 박이되 물이 많은 박이다. 박은 그 속을 먹기도 하지만 바가지로 쓸 수 있을 만한 딱딱한 껍질이 목적이니 속에 물기가 많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수박은 촉촉하고 달콤한 속이 목적이니 그 안에 물기가 가득 찬 것이 좋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이름도 물기가 많은 박이란 뜻의 수박이 됐다. 물외는 달지 않은 오이인데 박 중에 단맛이 나는 박이라서 ‘물 박’이 되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수박을 서양 오이란 뜻의 ‘西瓜’로 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오이, 참외, 수박 모두 박과에 속한다. 결국 기원이 같은 식물들에 우리 마음대로 참되다고 하기도 하고 물 같다고 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필요에 따라 재배하는 작물이니 그 이름은 우리 마음대로 지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런 이름의 선입견 때문에 현실에서도 참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경계할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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