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에 살고 있는가

박성현 기자 2021. 7.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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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前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부패지수 100점 만점에 61점

삶의 질 40개국 중 30위 그쳐

자살률 OECD 회원국 최상위

정치는 아직도 3류서 맴돌아

소프트웨어 지표 시급히 개선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들어야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말 그대로 ‘선진국(developed country)’이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2일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y)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 포함된 ‘그룹 A’에 속해 있었는데, UNCTAD는 이번에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 31개국이 속해 있는 ‘그룹 B’로 변경한 것이다. UNCTAD가 1964년에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시킨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선진국은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로, 국가의 발달 수준이나 국민의 삶의 질이 높은 국가다.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정의하는 고소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군(群),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멤버, 파리클럽(전 세계 채권국 모임) 회원국 등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017년에 이미 3만 달러를 넘어 고소득 국가가 됐다. HDI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나타내는 기대수명지수, 소득지수, 교육지수의 기하평균으로 산출된다. 2020년에 한국은 조사 대상 189개국 가운데 23위를 기록해 HDI가 좋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고소득 국가군 31개국에 속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공적개발원조(ODA)의 수요국이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공여국으로 그 지위가 바뀌어 개발원조위원회 23개국 멤버가 됐다. 1961년 OECD 창설 이래 ODA의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뀐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파리클럽 회원국 22개국에 속하므로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니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지표들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이른바 ‘선진국’으로 하나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선진국에서 살고 있는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지표들(부패지수, 삶의 질 지수, 자살률, 정치 후진성 등)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1월에 발표한 ‘202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대한민국은 180개국 가운데 33위로 CPI가 100점 만점에 61점이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는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TI는 한국 공무원의 사익 목적 지위 남용, 정·경 유착 및 뇌물수수 등의 정치 부패 등이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삶의 질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분류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OECD가 해마다 회원국들에 대해 ‘더 나은 삶의 질 지표(BLI·Better Life Index)’를 조사해 발표하는데, 이번에 발표한 ‘2020 OECD BLI’에 따르면 한국은 40개국(OECD 38개국과 러시아·브라질 추가) 중 11개 영역(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 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에서 평가해 보니 30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특히 평가가 나쁜 영역은 공동체와 환경으로 최하위인 40위였다. 공동체는 지원관계망의 질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비율이 한국이 최저인 78%로, OECD 평균 89%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다음으로 환경은 대기오염이 주범인데, 미세먼지 농도가 한국은 심해 27.9㎍/㎥로 최하위이고 OECD 평균은 13.9㎍/㎥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도 37위로 나쁘고, 건강도 36위로 하위권이며 삶의 만족도도 33위로 선진국 수준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자살자는 1만3799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6.9명(남자 38.0명, 여자 15.8명)이다. OECD 평균 11.6명(미국 14.5명, 일본 14.9명, 독일 9.5명, 영국 7.3명)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자살률이다. 2000년에 한국의 자살률이 13.7명인 것과 비교하면 20년 사이에 2배로 증가한 것이다. 자살률은 사회통합 정도가 미성숙하거나 사회적인 불안정성이 클 때 높아지는데, 일반적으로 선진국이 아닌 경우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도 ‘3류’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을 위한 협력과 타협보다는 정치권의 이해타산(利害打算)에 의해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흔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여전히 선진국형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후손에게 남겨줄 수 있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지표들을 선진국형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의 미래인 2030세대가 진정으로 ‘대한민국 선진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가 선진국다운 환경 조성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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