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가 건강해야 히끄도 지킨다옹

한겨레 2021. 7.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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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히끄와 함께 방송 촬영을 마치고 나서 거울을 보고 놀랐다.

얼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올라온 것이다.

'촬영 스탭들과 함께 먹었던 고기국수가 잘못된 걸까?' '긴 촬영에 당이 떨어져서 먹었던 빵이 잘못된 걸까?' 생각해봤는데 처음 먹은 음식도 아니고 평소에 먹었던 음식들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촬영하기 전까지 탄수화물 음식을 절제하다가 유독 그날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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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의 탐라생활기][애니멀피플] 히끄 아부지의 제주통신
② 오조리의 여름
카메라 화면 가득 찬 히끄의 얼굴이 복스럽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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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히끄와 함께 방송 촬영을 마치고 나서 거울을 보고 놀랐다. 얼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올라온 것이다. ‘촬영 스탭들과 함께 먹었던 고기국수가 잘못된 걸까?’ ‘긴 촬영에 당이 떨어져서 먹었던 빵이 잘못된 걸까?’ 생각해봤는데 처음 먹은 음식도 아니고 평소에 먹었던 음식들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촬영하기 전까지 탄수화물 음식을 절제하다가 유독 그날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알레르기가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경과를 지켜봤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보톡스 맞았냐고 물어볼 정도로 얼굴에 부기까지 올라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다른 광고 촬영이 추가로 잡혀서 약이라도 빨리 먹어야 했다. 히끄는 얼굴이 크게 나와도 귀엽지만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몸무게 측정 중인 히끄. 히끄의 건강은 항상 체크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소홀했다.

병원에 갔더니 알레르기 증상 같다며 혈액검사와 함께 음식물과 흡입성 알레르기 100종을 알 수 있는 알레르기 검사를 권했다. 결과는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히끄가 사료를 바꾸면 귀를 자주 긁어서 다음 혈액검사를 할 때 알레르기 검사도 할 계획이 있었는데 히끄보다 내가 먼저 이 검사를 받을지 몰랐다.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없던 사람도 갑자기 생길 수 있다는데 둘 중에 선택하라면 밀가루 보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도 히끄와 함께 사는 건 변하지 않지만, 밀가루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면에 밥을 말아 먹고 밥 먹고 후식으로 빵과 떡을 먹는 탄수화물의 민족으로써 ‘밀가루 금지령’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에 신중한 결정을 위해 알레르기 검사를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는 남편이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줄 알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감자’라는 고등어 태비 길고양이를 만나고 밑져야 본전으로 검사를 해봤는데 알레르기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서 편한 마음으로 행복한 반려 생활을 하고 있다.

일주일 뒤 알레르기 검사 결과가 나왔다. 모든 수치가 어떤 가능성도 없는 ‘0’으로 나왔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 과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두드러기의 원인은 결국 찾지 못한 채로 완치되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됐다.

급격한 다이어트가 아니고 일 년 동안 꾸준하게 체중을 감량했는데도 체질이 변할 수 있을까? 오히려 비만에서 정상 체중이 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체력이 더 좋아졌는데 의문만 남았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우리 집 유일한 인간으로서 내가 아프면 히끄는 누가 돌보나 싶어서 덜컥 겁이 났다.

히끄와 함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

대부분 아프기 전까지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른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사라지면 그제야 깨닫게 되지만 되돌리기에는 늦다. 내가 히끄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처럼 히끄도 나의 건강을 바랄 것이다. 히끄는 일 년에 한두 번 건강검진을 해주면서 정작 내 몸에는 무관심했던 것 같아서 이 일을 계기로 반성을 하게 됐다. 반려인들이여,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 또한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 중에 하나라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자!

글·사진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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