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달걀후라이'의 시공간 초월한 유쾌한 모험

기자 2021. 7. 30. 10: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즐거운 이야기는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어떤 명약보다 효능이 좋다.

그림책 '호라이'와 '호라이호라이'는 하나의 캐릭터가 이야기를 펼치는 두 권의 책이다.

컷 분할 만화보다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겨나는 그림책 특유의 리듬 덕분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호라이·호라이호라이 │ 서현 지음 │ 사계절

즐거운 이야기는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어떤 명약보다 효능이 좋다. 골치 아픈 업무가 산더미라면 어떻게든 틈을 내어 유쾌한 이야기를 잊지 말고 복용해야 한다. 안 그러면 병난다. 서현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우는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본 그림책 ‘눈물바다’를 썼고 ‘간질간질’을 통해 자신에게 흥이 부족하다고 믿던 근엄한 독자들이 머리카락을 뽑아들고 흥겹게 춤추도록 만든 작가다.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발표한 ‘토끼전’에서는 용궁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 모집에 열을 올리는 용용여행사 얘기로 한바탕 독자를 웃긴다.

서현 작가의 캐릭터는 유머가 기반이지만 외로움이 묻어 있기도 하고 자아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함도 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 ‘이게 정말 나일까?’를 만든 요시타케 신스케의 유머가 철학적 함축 때문에 뒤끝이 묵직하다면 서현의 유머는 어린이를 위한 상상의 필라테스 같다.

그림책 ‘호라이’와 ‘호라이호라이’는 하나의 캐릭터가 이야기를 펼치는 두 권의 책이다. 책방보다 동네 문방구에서 팔 것 같은 사랑스러운 특별부록이 들어 있다. 100쪽이 넘지만 한달음에 읽을 수 있다.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호라이’부터 읽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 ‘후라이’라고 부르지만 이 책에서는 ‘호라이’로 불리는, 뜨끈한 공기밥 위에 놓여 있던 달걀부침이 밥그릇을 탈출해 도로도 질주하고 학교도 가고 죽었다가 환생도 하며 우주 대스타가 되기도 하는 장대한 모험담이다. 이 모험에서 호라이는 세계의 구석구석에 가보고 세계를 뚫고 반대편에 서보기도 한다. 서사의 속도감이 너무 좋아서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는 변신이 이어진다. 컷 분할 만화보다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겨나는 그림책 특유의 리듬 덕분이다. 작가는 장면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애니메이션 효과를 냈다.

‘호라이호라이’는 주인공 호라이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자아탐색 편이다. 콩테로 그려서 질감이 따뜻하고 이야기의 결도 다정하고 촉촉하다. 웃겼다가 울렸다가 하는 작가에게 항복의 의미로 손을 들면서 ‘호라이호라이호라이’는 언제 나오냐고 묻고 싶다. 두 권의 그림책이 지닌 구술서사적 매력이 대단하다. 각 116쪽·100쪽, 1만4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