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24) 미키 마우스는 디즈니가 그리지 않았다
미국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
창업자·제품 제작자 다른 경우 많아
미키 마우스는 아이웍스가 만들어
한때 디즈니와 공적 다툼으로 결별
대중 취향 꿰뚫어볼 줄 아는 디즈니
아이웍스 다시 만나 26년 동안 동행
에디슨과 테슬라의 관계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창업자와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낸 사람이 다른 경우가 제법 많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창업했다고 알려졌지만 초기에 실제 제품을 만들어낸 사람은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었고, 우연하게도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사용한 테슬라 자동차도 흔히들 일론 머스크가 창업자로 알고 있지만, 실제 창업자는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다. 머스크는 초기에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기업을 인수, 경영을 맡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도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공이 불확실한 기업의 초창기에는 경영 능력이 뛰어난 리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테슬라 자동차도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에는 성공할 가망이 보이지 않는 작은 실험에 지나지 않았고, 내성적인 워즈니악은 잡스가 아니었으면 혼자서 애플을 창업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창업 후에도 워즈니악은 한동안 기존 직장인 HP에서 일하고 있었다.
기술 업종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세계적인 식음료 체인인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역시 창업자와 그 브랜드를 크게 성공시킨 사람들이 다르다. 맥도날드의 창업자는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라는 형제였지만, 이 음식점을 인수해서 체인점으로 크게 성공시킨 사람은 레이 크로크였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맥도날드는 사실 크로크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2017년에 개봉한 영화 ‘파운더’에 자세하게 나온다. 1971년에 창업한 스타벅스의 경우는 좀 더 성공적이어서 1986년쯤에는 시애틀에 6개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세계적인 체인으로 성장한 것은 하워드 슐츠가 창업자 세 명으로부터 스타벅스를 인수한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한 디즈니도 비슷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이름을 가진 이 회사는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장 유명한 캐릭터 미키 마우스를 로고로 갖고 있는, 미키 마우스의 회사다. 미국인들은 디즈니를 ‘하우스 오브 마우스(House of Mouse)’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하는데 그만큼 디즈니라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미키 마우스의 성공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키 마우스는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그렸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은 월트 디즈니가 미키 마우스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디즈니를 알아보고 다가와서 미키 마우스를 그려달라고 하면 캐릭터를 만들어낸 아이웍스가 그리고 디즈니가 사인을 해서 줬다고 한다. 아이웍스는 갈수록 디즈니가 공을 다 차지하는 상황이 못마땅해서 한 번은 식당에서 팬이 둘에게 다가와 미키 마우스를 그려달라고 하자 여느 때처럼 자신에게 종이를 건네는 디즈니에게 “네가 직접 그려보라”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갈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어브 아이웍스는 1930년 디즈니 스튜디오를 떠나서 자신만의 ‘아이웍스 스튜디오’를 차린다.
그런데 진짜 예술적 재능은 디즈니가 아닌 아이웍스에게 있었기 때문에 그가 떠난 후 디즈니 스튜디오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디즈니 스튜디오는 잠시 주춤했다가 바로 회복하면서 다시 성공을 이어갔다. 반면 아이웍스가 세운 스튜디오는 이렇다 할 성공작을 내놓지 못했다. 아이웍스는 예술적 재능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엔지니어이기도 했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술을 만들어낸 천재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좋아한 것은 남들이 풀지 못하는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이었지, 대중의 취향을 꿰뚫어보고 작품을 흥행시키는 것에는 큰 관심도, 재주도 없었다고 한다.
아이웍스가 갖지 못한 그 재주를 가진 사람은 바로 월트 디즈니였다. 애니메이션의 성공에는 아이웍스가 가진 것 같은 뛰어난 그림 실력과 새로운 기술이 중요했지만, 아무리 뛰어난 그림과 기술도 최고의 흥행력이 없으면 빛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10년 만인 1940년 아이웍스는 스튜디오 문을 닫아야 했다. 그걸 본 옛친구 디즈니는 아이웍스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손을 내밀었고 아이웍스는 흔쾌히 디즈니 스튜디오로 돌아가 특수효과를 담당했다. 둘은 다시 만난 순간 10년의 반목을 뛰어넘어 다시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업자가 되었고, 이후로 디즈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6년을 함께 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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