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생존의 무기는 '친화력'.. 인류가 살아남은 비결

박동미 기자 2021. 7. 30. 1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생물학자들의 죄가 크다"는 최재천 교수의 '사과문'(사실은 추천의 글이다)으로 시작하는 책은 '최적자(Survival of the Fittest)'가 아니라 '다정한 자(Survival of the Friendiest)'가 진화의 승자라는 주장을 펼친다.

책은 오해의 실타래를 풀며, 자연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한 것은 오히려 다윈 이후 생물학자들이며, 이로 인해 진화론이 좁은 틀 안에 갇혔다고 지적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 이민아 옮김 │ 디플롯

“생물학자들의 죄가 크다”는 최재천 교수의 ‘사과문’(사실은 추천의 글이다)으로 시작하는 책은 ‘최적자(Survival of the Fittest)’가 아니라 ‘다정한 자(Survival of the Friendiest)’가 진화의 승자라는 주장을 펼친다.

인류는 가장 강해서가 아니라, 가장 다정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것. 미국 듀크대 인지신경과학 센터의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 두 과학자가 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적자생존’은 엄밀히 따지면 다윈이 고안한 것이 아니며, 그의 전도사를 자처한 허버트 스펜서의 작품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책은 오해의 실타래를 풀며, 자연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삭막한 곳으로 묘사한 것은 오히려 다윈 이후 생물학자들이며, 이로 인해 진화론이 좁은 틀 안에 갇혔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의 추천 글이 일종의 해명 글이 된 이유다.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 즉 ‘친화력’이 생존의 필수 요소라는 건 사람 아닌 다른 종들에게도 해당된다. 같은 조상을 가졌으나 늑대는 멸종 위기고, 개는 해마다 개체 수가 느는 것도 친화력 때문이다. 인류의 친구이자 한가족이 된 개들은 각종 실험에서 매우 높은 친화력을 보인다, 또, 갈등과 다툼이 없는 동물 보노보 역시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등 시선의 의도를 파악할 줄 안다. 반면, 친화력이 떨어지는 침팬지는 이 실험에서 계속 실패했다고 한다.

“친화력이 ‘자기 가축화’를 통해 진화한다”는 가설도 흥미롭다. 쉽게 알 수 있듯이, 가축화를 가장 잘한 종은 개다. 그런데 책은 사람에게도 ‘가축화’의 여러 징후가 남아 있다고 말한다. 아기들은 자기 이름을 배우기 전에 엄마와 이미 협력적 의사소통을 한다. 책은 “호모 사피엔스로서 우리의 모든 것이 이 능력에서 시작된다”면서 “이 능력도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 시작이 아기가 부모 손짓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친해질 수 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우리 집단’이라고 인식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가장 관용적이며 또한 가장 무자비한 종”이기도 하다. 책은 친화력 이면의 공격성과 혐오 또한 포착한다. 다른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순간 연결감, 공감, 연민이 일어나던 마음의 자리엔 ‘비인간화’가 싹튼다. 이를 최대한 저지할 수 있는 힘을 책은 ‘자기 가축화’ 가설에서 찾는다. 결국, 접촉과 교류만이 답이라는 것. 특히, 친화력을 발달시키는 뇌의 위치와 혐오를 만들어내는 뇌의 위치가 같다는 저자들의 말은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396쪽, 2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