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과 라둘리차의 만남, KBL판 '테오도시치-라둘리차' 콤비 기대

민준구 2021. 7. 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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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판 ‘테오도시치-라둘리차’ 콤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고양 오리온은 지난 28일, 세르비아 현역 국가대표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4, 213cm)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역대 KBL 외국선수들 중 손에 꼽히는 빅 네임이 등장한 것이다.

라둘리차는 니콜라 요키치 이전부터 세르비아의 골밑을 지켜온 수호신이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예비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며 왼쪽 다리 부상을 당해 대회에는 불참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뛰었지만 다수의 에이전트는 여전히 유로리그 주전으로 뛰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둘리차는 빅맨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선수다. 단순히 포스트 플레이로 골밑만 주구장창 공략하는 클래식한 빅맨은 아니다. 가드를 완벽히 살려주는 스크린, 그리고 깔끔한 핸드 오프 패스, 여기에 적절한 피딩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유럽 빅맨들의 자랑인 부드러운 슛 터치도 그의 강점이다. 아쉬운 탄력과 나이를 먹음에 따라 느려진 발로 인해 수비 능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KBL에서는 전혀 약점이 될 부분은 아니다. 클래식한 빅맨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는 KBL 무대에서 라둘리차의 힘을 앞세운 수비는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라둘리차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정상급 가드가 필요하다. 그는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가 아니다. 완벽히 활용할 수 있을 때 가치가 높아진다. 더불어 자신의 가드를 전보다 더 완벽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빅맨이다.

세르비아가 2010년대 미국을 위협하는 유일한 팀이 될 수 있었던 최대 이유는 바로 밀로스 테오도시치와 라둘리차의 투맨 게임이었다. 픽 앤롤, 픽 앤팝 등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완성도가 높았다. 미국은 물론 수비가 강한 유럽 및 호주도 혀를 내두를 정도. 알고도 막을 수 없었던 그들의 플레이는 2010년대 국제농구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다. 여기에 이들을 막기 위해 수비가 몰릴 시 동료들의 슈팅 찬스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였다. 팀 전체적으로 플러스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강점이 그들에게 있었다.

오리온은 KBL 최고의 가드 이대성이 있다. 그와 테오도시치의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본인의 공격을 우선적으로 살핀 뒤 동료를 살려줄 줄도 안다. 그러나 투 맨 게임에 있어서는 사실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20-2021시즌, 오리온의 메인 외국선수였던 제프 위디, 데빈 윌리엄스는 이대성의 발목을 오히려 잡는 선수들이었다.

라둘리차와 함께하는 이대성이라면 분명 다를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특히 이대성은 유럽농구를 지향하는 선수로서 테오도시치와 라둘리차의 투 맨 게임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한다. 지난 시즌, 투 맨 게임 옵션을 아예 활용하지 못한 채 본인 공격 위주로만 게임을 풀어나가야 했던 이대성에게 라둘리차는 큰 선물과도 같다. 어쩌면 평균 어시스트 기록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라둘리차는 상대적으로 좁은 FIBA 규정 코트에서도 투 맨 게임 이해도가 높았고 또 위치 선정 역시 탁월했다. 결국 모든 건 이대성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그가 테오도시치처럼 적절한 밸런스로 라둘리차를 활용한다면 오리온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올라설 수 있다. 물론 라둘리차의 컨디션이 정상이라는 가정이 붙지만 말이다.

특급 외국선수가 리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이미 모두가 지난 시즌에 확인한 바 있다. 라둘리차는 제러드 설린저의 이름값에 전혀 밀리지 않는 선수다. 오히려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상을 기준으로 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전성기 기량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가 NBA나 유로리그에서 뛰는 건 아니다. 라둘리차가 뛸 곳은 KBL이다.

확실한 조각을 보유한 오리온에게 있어 남은 숙제는 라둘리차를 어떻게 활용, 다소 까다로운 KBL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지다. 걱정은 크지 않다. 그들에게는 이대성이 있고 또 옆을 지켜줄 이승현이 있다. 오리온의 2021-2022시즌 전망은 매우 밝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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