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크래프톤·하이브, '평행이론' 완성하려면

노자운 기자 2021. 7. 30. 08: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인지도를 지닌 지식재산권(IP), 상장 직후 해당 업종 ‘대장주’로 올라설 수 있는 시가총액, 단일 IP의 성장성 한계에 대한 우려, 지나치게 ‘비싼’ 공모가···.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크래프톤의 수식어들이다. 전 세계에서 10억 회(모바일 버전, 올해 3월 기준) 넘게 다운로드된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24조3512억원으로 엔씨소프트(036570)(18조4633억원), 넷마블(251270)(12조2484억원)을 제치고 게임 대장주가 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주력 IP가 배틀그라운드 하나뿐이라는 한계가 있고,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로 증권 업계에서 논란이 돼왔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크래프톤

위의 수식어들은 비단 크래프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하이브(352820) 역시 세계적 인지도를 지닌 IP(방탄소년단)가 있으며, 단일 IP만으로 4조8000억원(공모가 13만5000원 기준)의 시가총액을 인정받았다. 당시 3대 엔터테인먼트사로 꼽히던 에스엠(041510)JYP Ent.(03590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의 시가총액 총합이 3조원에도 못 미쳤기에, 하이브의 몸값 고평가 논란은 불가피했다.

실제로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크래프톤과 하이브의 유사성에 주목해왔다. 비록 크래프톤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 243대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하이브(1117대1)와 다른 결과를 맞았지만, 크래프톤을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두 회사의 ‘평행이론’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크래프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하이브와의 평행이론이 유효해야만 할 것이다. 하이브가 상장한 지 1년도 안 된 지금 시가총액 11조6000억원의 대형 기획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2·3위 업체인 에스엠(1조4500억원)이나 JYP(1조4300억원)와의 비교는 어느덧 무의미해졌다.

하이브도 상장 후 주가 흐름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상장 당일 34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한 달도 안 돼 14만원선 아래로 곤두박질 쳤고, 투자자들은 단체로 패닉에 빠졌다. 당시 ‘빅히트(하이브의 옛 사명) 주주 모임’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보면 “주식을 환불받고 싶다”는 절규가 가득했다.

방탄소년단(BTS)만 믿고 투자한 개미들을 울게 만들었던 하이브 주가는 지난달 말 역대 최고가에 근접한 33만7000원까지 올랐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120%가 넘는다. 작년 가을 밤을 지새우며 울던 개미들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을까.

한국맥도날드가 지난 5월 그룹 방탄소년단과 손잡고 출시한 '더 BTS 세트'. /연합뉴스

다시 크래프톤으로 돌아가 보자. 기존 비상장주 주주들이나 공모에 참여하기로 이미 마음먹은 투자자 중 상당수는 29일 기관 수요예측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보며 덜컥 겁이 났을 것이다. 하이브처럼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곧 평행이론을 떠올리며 애써 정신 승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잠깐 주가가 하락해도, 결국 하이브처럼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이다.

크래프톤의 주가가 상장 직후 하락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하이브처럼 반등에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까. 답은 하이브의 지난 1년간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브는 ‘단일 IP’인 BTS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소속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고 팬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버스’를 출시했다. 그 외에도 쏘스뮤직·플레디스 등 국내 연예 기획사들을 인수했으며 YG PLUS의 지분도 사들였다. 인수·합병(M&A)을 계속하며 사업을 확장해온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크래프톤이 상장 후 M&A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주주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6일 “공모 자금의 70%를 글로벌 M&A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 자금이 4조3000억원이니, 3조원 이상을 M&A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브가 이타카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래프톤의 대규모 M&A 계획은 향후 회사의 몸값 상승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크래프톤의 주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답은 누구도 모른다. 대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도 알 수 없다. 다만, 글로벌 M&A에 3조원을 쓰겠다는 회사의 약속을 믿는다면, 사업 다각화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도 괜찮을 것이다. ‘단타’를 치겠다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