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등 승부수 던진 현대차·LG그룹, 인도네시아 간 이유는?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이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투자를 통해 동남아 지역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전기차 배터리 분야 협력을 위한 회동을 가진 후 성과가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연간생산량(연산)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양측은 약 11억 달러(한화 1조17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측의 성공적인 합작공장 설립과 현지 전기차 시장 확대 지원 차원에서 일정 기간 법인세와 합작공장 운영을 위한 각종 설비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 강화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합작공장에 대한 지분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50%씩 보유한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종 법적 절차를 거쳐 올 3분기 중으로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한 뒤 4분기에 합작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2023년 상반기 완공한 뒤 2024년 상반기 내엔 배터리셀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양사는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증가할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 모두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와 관련 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100만대 규모의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과 함께 동남아와 아시아·태평양(아태) 권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원자재 공급부터 배터리셀 제조, 나아가 완성차 생산까지 드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신기술을 적용하고, 각 차량의 성능과 상세 사양에 맞춰 최적화된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고효율·고성능·안전성을 모두 확보한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
배터리 시스템 생산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는 이번 합작공장 설립과 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글로벌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영역인 전동화 부문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간 국내·외 공장에서 쌓은 생산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기아에 집중돼 있던 배터리 시스템 공급을 외부로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작을 통해 오랜 기간 축적된 완성차 생산 및 품질관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글로벌 최고 수준의 품질을 모두 갖춘 배터리의 안정적 확보로 전기차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전기차 핵심 시장이 될 아세안 지역 공략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 및 완성차 그룹 간의 첫 해외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며 "앞으로도 양측 간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배터리셀 합작공장(JV)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은 배터리를 매개로 현대차와 LG그룹이 처음으로 동반 해외진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각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 간 첫 해외 합작법인 설립으로 이를 통해 양측은 10여 년간 이어온 협력관계를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됨은 물론 글로벌 시장 동반 공략에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이번 JV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2024년부터 양산될 현대차와 기아의 E-GMP(전기차 전용 플랫폼)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비롯, 향후 개발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양사 관계자는 "JV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증가할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로의 동반 해외 진출 전략은 양사 모두에 윈-윈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배터리사 입장에서는 양극재 핵심 원료 중 하나인 니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소재다. 양극재 구성 원료 중 니켈(N)은 에너지 밀도, 즉 전기차 주행거리에 영향을 주는 원료다. 최근 들어 니켈 비중이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글로벌 배터리 업체간 니켈 확보전도 치열하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채굴량 세계 1위 국가다. 매장 추정치만 약 2100만톤으로 전세계 매장량(9000만톤)의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니켈 관련 물류비 절감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 현지 공장의 인건비나 전기료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배터리 제조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져 결국 전기차 가격 경쟁력 효과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측의 성공적 합작공장 설립과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확대 지원 차원에서 일정 기간 법인세와 합작공장 운영을 위한 각종 설비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 강화 등 인센티브 제공도 약속했다.
동남아가 중국, 유럽, 미국 등 3대 전기차 시장에 이어 떠오르는 '블루오션'이란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전기차 뿐 아니라 초소형 전기차, 전기 오토바이 등 다양한 전기 모빌리티 수요가 동남아 시장에서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기회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세계 주요 거점에 생산기지를 구축할 경우, 주요 거점별 현지 생산을 통한 물류 비용 최적화, 현지 시장 변화의 빠른 포착, 완성차 업체 근거리에서 제품 적기 공급 및 신속한 기술 지원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배터리 업계가 치열한 '캐파(Capacity·생산능력)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이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은 세계 최대인 120GWh였다.
올해는 155GWh까지 늘리고 이후 미국 GM 합작공장 2곳(오하이오주 1공장, 테네시주 2공장, 양사 투자 5.4조원, 70GWh) 및 한국, 폴란드, 중국 등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2023년까지 260GWh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이번 JV(양사 투자 1.1조원, 10GWh), 미국 그린필드 투자(2025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 단독 투자 5조원, 70GWh), 기타 주요 거점별 생산능력 확장분까지 더해지면 300GWh는 훌쩍 넘기게 된다. 현재 확정된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수주 잔고는 180조원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생산설비의 자동화, 정보화, 지능화가 적용된 스마트팩토리 형태를 구축해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향후 주요 대륙 별 생산 인프라 강점 및 오랜 시간 축적한 양산 노하우,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신규 전기차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사업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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