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안전한가 했는데..' ISMS 받은 코인 거래소도 위장계좌 적발
"금융실명제 위반 소지 있어..사업자 신고 가능성 낮아"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의 집금계좌 전수조사 결과,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를 획득한 거래소중 일부도 위장계좌를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ISMS 획득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거래소로 인식되어온 곳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6월 한 달 동안 은행, 저축은행, 신협, 우체국 등 4개 업권 3503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79곳 암호화폐 사업자의 위장계좌 현황을 조사한 결과, 11개 암호화폐 거래소가 총 14개의 위장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계좌란 거래소가 아닌 개인 등 타인 명의로 개설된 집금(입출금)계좌를 말한다. 거래소가 갑자기 문을 닫아도 차명인 만큼 추적이 어렵다. FIU는 '위장계좌'를 개설한 코인 거래소는 '먹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간 금융권과 전수조사를 벌여왔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 적발된 거래소 중 비교적 '안전한' 거래소로 분류됐던 ISMS 인증 획득 업체와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있는 업체 2~3곳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ISMS는 개정 특정거래금융법상 암호화폐 사업자 신고 요건 중 하나다. 계속해서 사업할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취득해야 해, 그간 금융권에선 ISMS 획득 여부를 거래를 해도 '안전한' 거래소인지 판단할 근거로 봤다.
반면 위장계좌를 개설한 업체들은 ISMS조차 취득하지 않은 영세 업체라 추측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9일 기준 ISMS를 획득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모두 20곳으로, 대형 거래소를 비롯해 이름이 잘 알려진 중소 규모의 거래소들이 포함돼 있다.
위장계좌를 개설한 업체는 사업자 신고 수리 가능성이 낮은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도가 낮은 거래소로 보유한 자산을 옮길 필요가 있다. 위장계좌 개설은 금융실명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FIU는 수사기관에 의심 거래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 특금법상 암호화폐 사업자 신고 요건 중엔 '대표‧임원이 특정금융정보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금융관련법령 등 위반 없을 것 등'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장계좌를 개설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금융실명법 위반은 아니지만, 조사 결과 자금세탁 범죄와 연관이 있다면 형사 고발을 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에 의심거래 등 관련 자료가 제공된 만큼, 이상이 있다면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거래소가 또다시 위장계좌를 개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위장계좌를 개설한 업체에 대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전달만할 뿐, 직접적으로 제재할 권한이 없다.
문제는 투자자가 어느 거래소가 위장계좌를 개설했는지 직관적으로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현행법상 어느 거래소가 위장계좌를 개설했는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조사를 한 것이지 수사를 한 게 아니다"라며 "위장계좌를 개설했다는 사실 자체가 고발 사유는 아니라서 업체명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위장계좌를 개설한 업체를 가늠하는 수밖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FIU는 암호화폐 거래소명과 입출금 계좌명이 다른 경우 위장계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계좌번호가 자주 바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고 기한인 9월 24일이 다가올수록 위장계좌를 개설하는 업체들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라, 수시로 거래소의 입출금 계좌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FIU는 9월까지 매달 금융권과 암호화폐 사업자 위장계좌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7월 현황을 취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통계가 나온 건 아니지만, 여전히 위장계좌를 이곳저곳에 개설하는 '메뚜기식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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