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지분 매입 나선 영원무역 성기학 차녀 성래은
2016년 대표 취임 후 처음..지분율은 0.03%에 불과
최대주주·창업주 성기학 회장, 지분 언제 어떻게 승계할지 주목
전문가 "주가 저평가 판단 때 조금씩 매입해 절세 염두 둔듯"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가 12년 만에 회사 지분 매입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 대표는 창업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차녀로 2016년 대표직에 올랐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 대표는 지난 5월 3~4일 영원무역홀딩스(009970) 지분 325주를 장내매수했다. △같은달 24~25일 275주 △6월 28~30일 400주 △7월 22~26일 350주를 매수했다. 총 1350주를 약 6500만원에 매입했다.
성 대표가 기존에 보유한 지분율이 0.02%로 워낙 미미한데다, 매입 규모도 1350주에 불과해 지분율은 0.03%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3월 말 기준 개인 최대주주는 성기학 회장(16.77%)이다. 성 회장이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를 통해 주력 사업회사 영원무역(111770)을 지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실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입은 12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성 대표가 취임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1978년생인 성 대표는 2002년 회사에 입사한 뒤 2009년 처음으로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받으며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보유 주식수 2400주, 지분율 0.02%가 작년까지 변동 없이 유지됐다.
재계에선 성 회장이 보유 지분을 성 대표에게 언제, 어떻게 승계할 지 주목하고 있다. 성 회장은 세 딸을 두고 있는데 이중 차녀인 성 대표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영원무역 사장에 오르면서 일찍이 승계 구도가 정리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분도 성 대표만 가지고 있다.
성 회장은 1947년생으로 재계 오너들 가운데 고령에 속한다. 지난달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보다 3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영 활동에 왕성하게 참여하며, 40대인 성 대표에게 지분을 물려주지 않고 있다. 성 회장의 지분가치는 28일 종가(4만6600원) 기준 1065억원 규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승계 속도가 다른 이유는 증여세가 회사 주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회사에 애착이 큰 창업주가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2·3세의 경영 성과를 보며 승계 작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 대표가 취임한 2016년 이후 영원무역홀딩스 매출은 꾸준히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출은 2016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류업계가 고전한 지난해에도 매출이 4.1% 증가한 2조8510억원, 영업이익은 14% 늘어난 3408억원을 기록했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신발, 가방 등의 제품과 원단을 생산해 수출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부진했지만, 2015년 인수한 스위스 자전거 및 용품, 의류 제조사 스캇코퍼레이션은 매출,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승계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 돼있다고 판단될 경우 2·3세가 지분을 조금씩 매입해 경영권을 강화하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원무역홀딩스 주가는 2018년 말 7만원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3~5만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김남은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소 주주활동팀장은 “지분 증여는 최대주주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가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승계 카드로 언제든지 쓸 수 있다”며 “경영 승계 대상자인 2·3세 입장에선 보수, 배당 등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취득하는 것도 세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 대표는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에서 작년 18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두 회사에서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사람은 영원무역홀딩스는 성 대표가 유일하고 영원무역은 성기학 회장(15억원)과 성 대표 2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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