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이웃에게서 배운다

한겨레 2021. 7. 3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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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두 안녕하세요!> 는 새 동네에 이사 온 진하의 하루를 담은 그림책이다.

새 환경이 낯설어 긴장했던 진하는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동네 곳곳의 풍경을 마주치며 이웃을 만나고 친구도 사귄다.

어린이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좋은 이웃들을 만나면 좋겠다.

그림책이 혼자 있는 어린이를 안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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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그림책 속 어린이][한겨레BOOK] 김소영의 그림책 속 어린이

모두 모두 안녕하세요!
홍선주 글·그림 l 꼬마이실(2021)

<모두 모두 안녕하세요!>는 새 동네에 이사 온 진하의 하루를 담은 그림책이다. 새 환경이 낯설어 긴장했던 진하는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동네 곳곳의 풍경을 마주치며 이웃을 만나고 친구도 사귄다. 구조만 보면 단조로운 이야기인데 책장을 빨리 넘길 수가 없다. 장면마다 가득 느껴지는 온기 때문이다.

진하네 이웃은 나도 한둘 알고 있을 것만 같다. 1층은 세탁소로 2층은 살림집으로 쓰며 오순도순 사는 노부부도, 어릴 적 살던 시골집을 떠올리며 꽃나무를 아름답게 키우는 할머니도, 밤에 웹툰을 그리느라 아침마다 지각 위기인 회사원도. 이들의 사연이 흔하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삶의 풍경이 구체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꽃 할머니네 집은 어둑하지만 작은 창으로 예쁜 꽃이 보인다. 집 안에서도 손을 쉬지 않는 할머니는 펜을 봉투에 넣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눈으로는 농부를 인터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화면에 맞장구를 치는 듯 웃는 얼굴로. 세간은 단출하지만 할머니에게 딱 알맞게 정리되어 있다.

식구가 늘 때마다 집을 조금씩 고쳐 넓힌 대가족도 있다. 이 집에는 휠체어 사용자가 있어서 집 안 곳곳에 안전 바(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 이 집에는 개와 고양이까지 아홉 식구가 산다. 모두가 모이는 저녁 시간, 적당히 어질러진 부엌과 거실에서 어떤 냄새가 나고 무슨 소리가 들릴지 알 것만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삼일떡집 풍경이다. “삼일떡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각각 한 아이의 엄마, 아빠였다가 몇 년 전에 만나서 결혼했대요. 그 뒤로 막내도 태어나서 북적북적 다섯 식구가 되었어요.” 이런 식의 담백한 묘사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며 각자 선택한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진하네 가족은 엄마와 외할머니, 강아지까지 모두 넷이다. 이른바 ‘정상 가족’이 아니지만, 이상한 가족도 아니다. 진하가 새로 사귄 친구를 집에 초대하고 싶어진 데에는 이웃들이 사는 모습을 본 덕도 있지 않을까?

어린이들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다른 가족이 생활하는 모습, 집집마다 고유한 분위기, 그 집 어른이 하는 일을 본다. 어린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정을 벗어나, 살아가는 방식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을 알아간다. 교과서나 텔레비전, 인터넷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이웃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사회생활이 단절된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긍정적인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떤 그림책은 세상을 반영하고, 어떤 그림책은 이상적인 세상을 보여준다. <모두 모두 안녕하세요!>는 둘 다에 해당한다. 시대의 변화를 교훈이나 냉소 없이 정답게 담아냈고, 오래 머물고 싶은 동네를 그려냈다. 그림 속 사람들처럼 나도 내내 웃는 얼굴로 책을 보았다. 어린이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좋은 이웃들을 만나면 좋겠다. 그림책이 혼자 있는 어린이를 안아주면 좋겠다. 오래간만에 그림책을 품에 꼭 안아 보았다. 김소영 독서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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