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시민사회의 노력이 빛나던 시절

한겨레 2021. 7. 3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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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외교관 두 사람이 거의 같은 날, 한국(외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윤석열 후보의 인터뷰 발언을 비판하는 반론을 기고하며 '천하대세를 따르라' 했고, 이 기사가 게재된 날 주한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는 기자들과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마스터베이션'이라고 비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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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한겨레BOOK]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유용태·박진우·박태균 지음l창비(2016)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외교관 두 사람이 거의 같은 날, 한국(외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윤석열 후보의 인터뷰 발언을 비판하는 반론을 기고하며 ‘천하대세를 따르라’ 했고, 이 기사가 게재된 날 주한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는 기자들과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마스터베이션’이라고 비하했다. 아마도 싱하이밍 대사는 사드 배치 이전을, 소마 총괄공사는 문재인 대통령 이전의 어느 시기를 그나마 ‘좋았던 시절’로 생각하는 듯하다.

미래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해 동아시아의 평화적인 지역질서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아시아인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역사 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오늘날 한중일 삼국의 현실을 보더라도 역사문제가 단순히 과거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근현대의 역사적 경험 속에는 식민과 피식민, 지배와 피지배, 국가폭력으로 인한 가해와 피해, 피해자였으나 때로 가해자가 되는 경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중국의 티베트 점령과 베트남 침공,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등 국가 대 국가 사이의 관계는 물론 국가 내부 구성원끼리도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일 수 있다.

국가권력의 속성상 어느 국가도 자신의 과오를 자발적으로 성찰하고 스스로 인정하여 역사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그 내부의 시민사회에서 자국이 범한 가해의 역사를 먼저 성찰하여 평화와 공존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노력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미래에 대한 평화적 비전과 의지가 있는 지도자가 결합할 때 그 과정 또한 더욱 성숙해지고 진전될 수 있다. 실제로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 같은 국가들은 이 같은 역사화해의 훌륭한 선례를 만들어왔다. 물론, 한중일 삼국도 지금보다 그나마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시민사회의 노력이 빛을 발했던 시절, <마주보는 한일사>(사계절)를 비롯해, <미래를 여는 역사>(한겨레출판),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휴머니스트) 등이 출판되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역사화해 시도에 대한 백래시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었다.

일본은 후소샤 교과서 파동 이후 성찰적 민족주의를 자학사관이라 비판하며 역사수정주의의 길로 나아갔고, 미국과 세계패권을 두고 경쟁해온 중국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이른바 ‘전랑외교’를 통해 주변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자초하며 스스로 대국의 풍모를 떨어뜨렸다. 그 과정에서 불거진 중국의 배외적 애국주의는 과연 중국에 역사화해를 함께 도모할 만한 시민사회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나는 이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가 다른 지역과 국가에 대해 이해하고,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비판해 왔다. 그 같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우리의 부족함과 비교하더라도 과연 중국과 일본은 한국에 대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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