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에 되살아난 '檢 스폰서' 망령 [서초동 36.5]

배성준 부장 2021. 7. 3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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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사건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모여 듭니다. 365일, 법조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간의 체온인 36.5도의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이솝 우화 중에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가 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사자 가죽을 발견한 당나귀는 그 가죽을 뒤집어쓰고 사자 행세를 하고 싶어졌다. 사자처럼 보이면 다른 동물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가 마을로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다른 동물들이 벌벌 떨며 절을 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기고만장해진 당나귀는 자신이 진짜 사자라도 되는 양 목청껏 사자 울음을 냈지만 사자 소리가 나올 리 없었고 실체가 드러난 당나귀는 다른 동물들에게 두들겨 맞고 도망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우화 속 이야기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현실이 됐다.

재력가 행세를 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 이어 정치인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현직 검사와 특별검사도 향응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대대적인 감찰과 함께 내부 수사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는 고급 외제차, 명품시계, 고급 풀빌라 등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한다. 여기에는 사회지도층의 탐욕과 허영심 그리고 만용이 도사리고 있고 그 태풍의 눈에는 또다시 터져나온 '스폰서 검사'가 있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사업은 거짓투성이였다. 사업장이 있다는 곳에는 낡은 빈집이 있었다. 자신의 소유라던 고급 펜션 역시 거짓이었다. 잘 나가는 사업가로 포장했지만 사기 전과가 있는 범죄자에 불과했다. 투자를 하면 큰돈을 벌게 해준다는 달콤한 말에 야당 정치인의 친형은 백억 가까운 돈을 사기 당했고 피해자가 줄을 이었다. 수산업자는 자신을 유력가로 포장하기 위해 사회지도층과 거미줄 인맥을 만들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포함한 방송사 앵커, 언론인, 교육계 인사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들은 '호의'라는 말과 함께 고급 외제차, 금품을 제공받았다. 명품시계, 고급 차 등의 유흥의 달콤함에 익숙해지면서 큰 의구심 없이 '접대'의 나락에 뛰어들었다.

감미로운 거짓말에 넘어오는 이들을 보며 김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욕심과 허영심 그리고 탐욕을 가진 인간의 본성을 이용할 수 있음에 웃음 짓지 않았을까. 정치인, 언론인이 받은 향응 접대도 문제지만 검사들마저 빠져든 '탐닉'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검찰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는 한 둘이 아니다. '1조원대 라임 사기 펀드 사건'의 핵심인 김봉현 회장도 검사들에게 술접대와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관련 검사들은 아직 재판을 받거나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의혹이 불거진 검사들에 대해서도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고급 외제차를 받은 혐의로 입건된 박 전 특검을 비롯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도 명품 시계와 자녀의 학원비 등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공짜로 제공되는 고가의 제품을 의심도 없이 받았을 이들의 마음에는 '내가 누군데'라는 속내도 있었을 것이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물품을 받아도 된다는 것이 자신감일지 아니면 만용이었을 지는 앞으로 수사에서 가려질 일이다.

검찰은 범죄를 엄단하는 국가 중추의 사정기관이다. 법을 집행하고 바로 세워야하는 자들이 저지른 부패는, 그래서 도덕적으로 더 강한 질타를 받는다. 오염된 법의 잣대가 집행하는 법을, 범죄자인들 수긍할까. 내로남불의 수치가 남의 말이 아니다.

국민들의 반복되는 실망을 도대체 누가 감당할 것인가, 지독하리만큼 강한 자성과 정화 노력의 실천을 절감하지 못하다면 검찰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일부의 비리로 검찰 전체를 폄하할 수는 없지만 '스폰서 검사의 망령'이 되살아난 이상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작금의 현실을 억울해할 것도 없을 듯하다.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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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준 부장 spab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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