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대통령 아무나 하나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2021. 7. 3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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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열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왜 이리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걱정스럽다. 다음 대통령 임기인 2022~2027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아무나 대통령이 되어서는 정말 안 된다.

앞으로 경제 여건을 보면, 미국이 2023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사상 최대의 유동성 잔치가 끝날 것이다. 최근 인플레 속도를 보면 금리 인상은 더 빨리, 더 크게 올 수도 있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신흥국들로부터 자금 유출이 커지고, 그동안 폭등한 자산 거품이 붕괴되면 어느 곳에선가 금융 위기가 터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 2년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우리 역시 매우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청와대/조선일보 DB

향후 예상되는 인구 구조 변화를 보면 더욱 암담하다. 2027년까지 15~64세 생산 가능 인구가 지금보다 210만명 이상 줄어든다. 잃어버린 세월의 일본처럼 내수가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주택 구입 연령층인 35~54세 인구가 120만명 이상 줄어드는데, 그 절반만 감안해도 주택 수요는 60만호 축소된다. 분당 신도시 4개가 없어도 된다는 말이다. 빚내서 집 사고 주식 투자한 사람들-특히 20~30대 미래 세대들-에게는 향후 자산 거품 붕괴 시 역대급 후폭풍이 우려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말한 것처럼 경제만 잘되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경제는 몇 개 잘나가는 대기업들 착시 현상을 제외하면 상황이 안 좋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의 34.5%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상태이다.

그나마 잘나가는 대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는 분위기이다. 현 정부에서 숱하게 내놓은 반기업 정책과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 이상 기업 할 의욕을 잃었으리라. 지금과 같은 환경이 계속되면 코로나가 종료되어도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는 난망이다. 양극화는 더욱 커지고, 포퓰리즘이 날뛰면서 나라가 무너지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

대외 관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중국의 골이 더 깊어지면 그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할 우리 모습이 참 난감하다. 미래를 생각하면 일본과의 관계는 반드시 복원되어야 하는데 실마리가 안 보인다. 북한의 핵 포기는 언감생심이고, 지금은 오히려 우리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까지 개발하고 있다. 우리 주요 시설에 대한 해킹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사드 배치도, 한미 연합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군은 성추행, 부실한 급식, 청해부대 백신 참사에서 보듯이 군기마저 엉망인 최약체가 되고 있다. 진영 논리를 떠나 군을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

그동안 방치된 미래 대비도 더 미루기 어렵다. 국민연금 개정,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 변화에 따른 대학 구조 조정, 지속 불가능한 탈원전과 탄소 중립 정책 수정, 거의 포기 상태인 저출산 대책 등 하나하나가 난제이다. 노동 유연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도 해야 하고, 나쁜 정치로 인해 분열된 국민 대통합도 이루어야 한다.

이 모두가 다음 대통령 어깨 위에 짊어진 짐이다. 과제들을 보면 대부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계속 미루다가는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하든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음 대통령 임기 기간은 하필 우리에게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위기'와 시기가 겹쳐 있다. 나라에 부채가 많고, 경제 체질도 약해져서 어떤 형태로든 위기가 오면 겪어보지 못한 타격이 예상된다.

어떻게 보면 다음 대통령은 참 불쌍한데, 지금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시작된 여권 주자들을 보면 미래 및 정책 이야기는 없고, X파일, 여배우, 지역 감정 등 상대방 흠집 내기와 친문·비문 편 가르기에 골몰하고, 포퓰리즘만 강조하고 있으니 참 암담하다. 곧 시작될 야권 주자들은 어떨까.

다음 대통령 임무는 정말 막중하다. 지금 거론되는 후보 중에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기야 대통령이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국민이 원하는 덕목은 ‘공정심을 바탕으로, 진영과 계파에 휘둘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최고의 인재를 기용하며, 국정을 상식선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큼 최소한의 품격은 필수이다. 쉬운 것 같은데 이런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옥석을 가리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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