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금융혼란 일으킬라.. 美, 규제 나서

신수지 기자 2021. 7. 3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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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어 가상화폐 또 휘청

바람 잘 날 없는 가상 화폐 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 중단과 채굴 금지 조치에 이어 이른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키워드)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예고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변동성이 극심한 기존 가상 화폐와 실물 화폐 간의 중간 역할을 하면서 가상 화폐를 이용한 금융 서비스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각국 금융 당국이 가상 화폐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보기 시작하고, 중앙은행들이 CBDC(중앙은행 발행 가상 화폐) 발행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스테이블코인에도 본격적 규제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이번에 총대를 멘 건 미국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해 금융시장 대통령 실무그룹(PWG) 회의를 소집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 5대 금융 관련 규제기관 대표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한 정책적 기반(프레임워크)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수개월 안에 규제 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 날인 20일 비트코인이 3만달러(약 3448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가상 화폐 시장이 요동쳤다.

그래픽=김현국

◇스테이블코인, 금융시장 흔든다

스테이블코인은 지난해 가상 화폐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원화로 가상 화폐를 거래하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스테이블코인을 거쳐서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 화폐를 사고파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또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같은 가상 화폐 기반 금융 상품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해 이자를 받거나,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다른 가상 화폐를 대출받을 수 있다. 다른 가상 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대출받기도 한다. 이처럼 쓰임새가 많다보니 27일 기준 테더(618억달러)와 USD코인(271억달러), 바이낸스USD(120억달러) 등 3대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만 1009억달러(약 116조1964억원)에 달한다. 1년 전(110억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금융 당국이 보는 스테이블코인의 문제는 가상 화폐 시장에서 사실상 은행의 요구불 예금이나 초단기 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원금 보장과 현금화 보장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은행 요구불 예금과 MMF는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법정 화폐로 인출하거나 환매가 가능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은행에 충분한 현금을 마련해 놓도록 강제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현재 이런 식의 현금 담보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더 발행사 테더의 경우 지난 2월 유통 중인 테더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달러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뉴욕주 검찰로부터 1850만달러(약 213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5월 테더가 공개한 예치금 현황을 보면 410억달러에 달하는 총자산 중 현금은 2.9%(12억달러)에 불과했다. 총자산 절반이 CP(기업 어음)였고, 회사채·귀금속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는 MMF가 보유할 수 없는 장기 회사채나 귀금속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더는 MMF보다 더 위험하다”고 했다.

시장에선 “가상 화폐 가격 급락이나 테더에 대한 불신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이 테더를 대량 매도하는 ‘코인런’이 일어나면 CP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고, 이는 전체 금융 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코인발 금융 불안’ 가능성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테더의 CP 보유량은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MMF보다 크다”며 “테더의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는 단기 신용 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달러' 도입 위한 발판인가

일부에선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디지털 달러’ 도입을 위한 준비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PWG 회의는 자체 디지털 달러를 개발하려는 연준을 위한 무대를 마련하는 열쇠”라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최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디지털 달러가 생긴다면 스테이블코인도, 가상 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는 변동성이 워낙 커 지급 결제 등 실물경제에서 사용되기 어렵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가치가 같기 때문에 민간이 발행한다는 점만 빼면 디지털 달러와 다른 점이 없다. 디지털 달러를 구현하는 데 있어선 비트코인보다 스테이블코인이 더 위협적인 경쟁자라는 뜻이다. 파월 의장도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결제 수단이 된다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가상 화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연준은 당초 CBDC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특히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연준도 디지털 달러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중앙은행의 통화 통제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디지털 결제와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가 담긴 CBDC 연구보고서를 오는 9월 초 발행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이는 디지털 달러 발행 진전을 위한 핵심 단계”라고 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미국 달러와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1로 가치가 고정되어 있는 가상 화폐다. 다른 가상 화폐와 달리 변동성이 낮아 가상 화폐 거래나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같은 가상 화폐 기반 금융 상품에 이용된다. 대표적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의 시가총액은 618억달러(약 72조원)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전체 가상 화폐 시장 3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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