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20득점.. 여자 배구 도미니카 눌러
5세트(15점제)를 9-7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2점을 내주며 9-9. 상대에게 흐름을 내줄 뻔한 상황에서 ‘에이스’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나섰다. 단독 블로킹을 성공하며 10-9를 만들었고, 이에 그치지 않고 서브 에이스까지 추가해 다시 2점 차 리드를 이끌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여제'의 승부사 기질 앞에 추격 의지를 잃었다.
세계 랭킹 14위 한국 여자 배구가 29일 도쿄올림픽 A조 예선 3차전(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세계 7위인 도미니카공화국과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25-20 17-25 25-18 15-25 15-12)로 이겼다. 한국은 지난 25일 1차전에서 브라질(세계 2위)에 0대3으로 졌지만, 27일 케냐(27위)를 3대0으로 꺾은 데 이어 도미니카공화국까지 잡으면서 2승1패가 됐다. A조 6개 팀 중 상위 4개 팀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는데, 한국이 이날 패했다면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도미니카공화국은 3연패를 당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지난 6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대3으로 패한 것도 되갚았다. 김연경이 설욕전에 앞장섰다. 김연경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엘리사베트 마르티네스와 함께 양 팀에서 가장 많은 20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5세트 승부처에서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쳤다. 김희진(30·IBK기업은행)과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도 각각 16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세터 염혜선(30·KGC인삼공사)은 서브 에이스 4개를 올리며 공수를 조율했다.
여자 배구팀의 ‘캡틴’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수 있는 도쿄에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선 일본에 0대3으로 져 아쉬움을 삼켰다. 2016년 리우에선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연경에겐 이번 올림픽이 ‘라스트 댄스(마지막 춤)’인 셈이다. 라스트 댄스는 미 프로농구(NBA) 스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마지막 우승 시즌(1997-1998)을 가리킨다.
김연경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해외 리그가 중단되자,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국내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김연경은 국내 리그의 샐러리캡(연봉 상한제)에 따른 후배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산의 연봉을 예년의 약 20% 수준으로 삭감했다.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선 계속 경기를 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쿄로 가는 길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올해 2월 이재영·다영(25) 쌍둥이 자매가 학창 시절 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대표팀 리더로서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도 김연경의 몫이었다. 김연경은 경기 후 “우리 팀 전력이 아주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팀워크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모두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31일 오후 7시 40분 홈팀 일본(세계 5위)과 조별리그 4차전을 치른다. 일본을 누르면 8강행을 사실상 확정한다. 한국은 5년 전 리우올림픽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3대1로 꺾었지만, 최근 VNL에선 0대3으로 졌다. 김연경은 “한국과 일본은 서로 잘 안다”며 “각자 제 몫을 하면서 한 점 한 점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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